단순 법률자문은 AI로 대체…'리걸테크' 시장도 커져 위기감

입력 2020-04-28 17:34   수정 2020-04-29 02:16

사람이 아니라 첨단기술을 활용해 법률문제 해결을 돕는 ‘리걸테크’가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편리함과 저렴한 비용은 강력한 무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커지면서 오프라인 변호사 활동을 더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온라인 기반 법률상담 플랫폼인 ‘로톡’의 가입 변호사 수는 28일 기준 1935명이다. 올 들어 4개월간 총 298명, 한 달에 약 100명씩 증가했다. 국내 전체 개업변호사의 7%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운영사인 로앤컴퍼니의 정재성 부대표는 “전관 출신 변호사의 가입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누적 방문자 수는 13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기준 매일 1200여 건의 상담이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로톡과 같은 서비스는 변호사와 의뢰인을 웹에서 연결해주는 O2O 체제다. 법률시장판 ‘배달의민족’인 셈이다. 변호사들은 잠재적 고객이 모인 이 공간에서 법률상담을 해주고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이런 활동이 사건 수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비자에겐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된다는 이점이 있다. 변호사의 학력, 경력, 업무처리 실적 등이 공개되고, 다른 의뢰인이 작성한 후기와 평점도 참고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본의 온라인 법률 플랫폼인 ‘벤고시 닷컴’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 증가, 모바일 확산 등의 영향으로 가입하는 변호사가 크게 늘었다”며 “이 같은 매칭 플랫폼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벤고시 닷컴에선 일본 변호사의 40%가량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네이버가 지난달 말부터 변호사와 이용자를 연결해준 뒤 중간에서 수수료를 가져가는 ‘네이버 엑스퍼트’(법률상담 코너)를 내놓자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용자가 이곳에서 법률 서비스를 받으면 네이버가 변호사 수익의 5.5%를 결제수수료로 가져간다. 변호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법률사무를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 또는 알선한 뒤 그 대가로 금전을 받는 것이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냐는 업계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온라인 문의를 통해 상표출원, 법인등기, 전자계약 등을 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변호사, 법무사의 도움을 받는 비용의 4분의 1까지 저렴해진다. 업계에선 이와 같은 리걸테크 플랫폼을 20~30개로 추산하고 있다.

법률 인공지능(AI)을 개발한 스타트업인 인텔리콘연구소는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유렉스(U-LEX)’를 운영하고 있다. 인텔리콘 관계자는 “법령, 판례, 조례 등 300만 건 이상의 법률정보를 학습했다”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경우 교장의 책임’ 등 일상용어로 검색해도 관련 법령과 판례를 찾아주는 것이 이 기술의 특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동인 등이 유렉스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리걸테크의 발전으로 법률 영역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변호사 업무 분야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간단한 계약이나 소송은 개인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것이란 의미다. 이미 2019년 1심 기준 민사소송의 70%가량은 변호인 선임 없이 ‘나홀로 소송’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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