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장은 기초사실부터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민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투표(용지)에 찍혀있는 QR코드에 전과와 병력, 납세, 이메일, 학력, 재산 등 개인 정보가 들어있다면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겠습니까?"라며 "국민 5백만명의 개인 정보가 QR코드를 만드는 사전선거 관리시스템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아셨습니까?"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선거는 공직선거법 위반을 강행하며 QR코드를 사용한 불법 선거였고 500만명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해 사용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관위가 해당 투표지를 사용한 유권자가 누구이며, 그가 어느 후보를 찍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비밀선거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이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QR코드에 들어가는 정보는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 선관위명, 투표지 일련번호 4가지 외에는 없다"고 일축했다.
'선관위 시스템에 국민 500만명의 개인정보가 들어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최근 4년간 치러진 각종 선거의 사무 종사자들과 후보(예비후보 포함)들의 정보가 선거 사무용으로 들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선거때 쓰는 내부 시스템인 선거관리시스템은 후보와 예비후보들이 필수서류에 기재하는 전과, 병역, 납세, 재산 등 정보와 2016년과 올해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의 투·개표 종사자 등 선거 사무 관계자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시스템에 최근 치러진 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선거사무 관계자들의 개인 정보가 입력돼 있지만 그것과 사전투표용지 바코드에 입력되는 유권자 정보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도 28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투표용지 QR코드를 찍어보면 일련번호는 7자리 HEX코드다. QR코드 음모론자들은 도대체 28비트 안에 어떻게 전과와 병역, 납세, 이메일, 학력 , 재산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민 의원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제기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전화를 해서 말리려고 했는데 민 의원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통화를 못했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보수 전체에 먹칠을 하는 행동"이라며 "그분들은 굉장히 위험한 정치적 주장을 하는 거다. 그분들만 개인적으로 망신당하는 것이 아니다. 보수 진영 전체가 '선거에 지고도 반성은 하지 않고 음모론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부정선거 의혹을 앞장서 제기해온)강용석 변호사나 민경욱 의원이 저와 토론할 의향이 있다면 얼마든지 찬성이고, 꼭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말 부정선거가 가능한 시나리오는 단 한 가지도 없다"며 "부정선거 의혹 제기하는 분들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하지 말고 명예를 걸고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타진요식 투표조작설에 의원님들이 쏠리지 않도록 제 개인 선에서 모든 노력을 다했고 다행히 대다수 의원님들과 후보들은 제가 짚어가며 설명했더니 납득했다"면서 "주체적인 사고를 못하고 유튜버에게 낚이는 정치인은 국민들이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민경욱, 차명진, 주옥순 전 후보들을 비롯해 공병호 전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까지 사전투표 조작설에 가세한 상황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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