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분기(1~3월) 반도체·스마트폰 사업 등에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선방했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2분기부터 본격화하며 삼성전자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삼성은 전사적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효율화와 미래성장에 집중, 주력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5조33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익 모두 지난해 4분기보다 7.61%, 9.96%씩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5.61%, 3.43%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1분기 수익성 개선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관련한 우려로 기존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분기 역시 종전과 동일하게 보통주와 우선주를 주당 354원으로 배당했다.
2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전사 실적의 하락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역시 코로나19 관련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는 서버와 PC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바일 수요 둔화 리스크는 상존하고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는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하락할 것"이라며 "세트(완제품) 사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과 매장 폐쇄, 공장 가동 중단 영향으로 주요 제품 판매량과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단 향후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는 견조한 수준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온라인 플랫폼 니즈에 따라 서버 수요도 지속될 것"이라며 "비대면 경제 활성화,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여가·교육활동 등으로 온라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 서버 수요는 탄탄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바일 D램 역시 최근 중화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제어되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된 만큼, 코로나19가 안정된다면 업사이클(반등) 요소가 있다고 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경우 "1분기 D램 비트그로스(비트 기준 생산량)은 한자릿수 중반대로 줄었고, 평균판매단가(ASP)는 한자릿수 초반 상승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생산량이 한자릿수 초반 감소했고, ASP는 한자릿수 중반 올랐다"고 했다.
2분기 전망에 대해선 "D램 글로벌 생산량은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라며 "D램은 글로벌 생산량이 한자릿수 초~중반 상승하고, 삼성은 2분기 시장 성장이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메모리 업황은 우호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고량에 대해서 삼성전자는 "D램 재고량은 2분기에 정상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는 이미 지난해 말 재고량이 정상 수준에 도달했으며 지금까지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며 "몇 분기 동안 서버 고객사 재고 확보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2018년처럼 대폭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반도체 사업 증설 및 설비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2기 라인의 양산은 기존 계획에 따라 램프업(생산 증대)한다"고 말했다. 투자 계획에 대해선 "기존 투자 기조와 같이 진행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1분기 다소 저조한 실적을 보였던 파운드리사업에 대해선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실적 개선이 예상되나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불확실성 또한 존재한다"면서 "상황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모바일 수요에 맞춰 거래선 및 응용처를 다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부터는 5나노 핀셋 공정의 본격 양산과 이를 개선해 선단 가격 및 성능 등 경쟁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적자전환한 DP(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1분기 매출에서 OLED 비중이 80%대 초반을 차지했고,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20% 후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의 단계적 축소는 사실이나 이것이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사업의 조기 확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은 아산 LCD 라인은 QD 디스플레이 등 제품·신기술 디스플레이로 대체하고, 쑤저우 공장을 비롯 중국 공장은 활용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IM(IT·모바일) 부문에선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약 6400만대, 태블릿은 500만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믹스로 보면 휴대폰 내 스마트폰의 비중이 90% 초반 수준, 블렌디드 평균판매단가(ASP)는 266달러였다. 삼성은 "갤럭시S20 울트라 모델의 예상 대비 높은 판매 비중과 새로운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의 판매 호조로 플래그십 ASP가 예년보다 크게 올라갔다"고 귀띔했다.
2분기에는 휴대폰 판매량은 1분기 대비 하락하고 태블릿 판매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블렌디드 ASP는 전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갤럭시 노트, 폴더블폰 등 차기 모델을 예정대로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분기 TV 판매량은 20% 후반 감소했다. 2분기에는 판매량 감소가 10% 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은 "앞으로도 코로나19에 따른 TV 수요 감소가 전망돼 판매 계획 조정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가별 상황에 맞게 신제품 판매시점을 조절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면서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LCD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여러 패널 업체들과 거래를 확대해 오고 있다. 안정적 거래를 유지해 LCD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생활가전사업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됐지만 코로나19로 하반기 글로벌 TV 가전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 판매 방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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