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서 40대 대선 후보를 낼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젊은 세대 후보로 맞불을 놓을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현재 50대인 586세대가 기득권층으로 변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경우 민주화 운동권 세대로 한국 정치사에서 상징성이 큰 이른바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에선 대통령이 안 나올 수 있다. 4.19혁명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은 1910년대생부터 1950년대생까지 10년 단위 세대별로 두 명씩 배출됐었다.
◆야당에서 촉발된 40대 기수론
김 전 위원장은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후보는 경제를 잘 아는 40대가 적합하다"며 “1970년대에 출생한 사람 중 비전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국가적 지도자로 부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야권에서 주목받은 인물이 둘이 있다. 한 명은 지난 총선 전 통합당의 쇄신을 촉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세연 의원. 1972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8대에서 20대 국회까지 3선 의원을 지냈다. 통합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장을 역임했고, 4.15 총선에서 공천관리 위원도 맡았다. 부산에서 5선 의원을 지낸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로 동일고무벨트라는 회사를 물려받은 정치인이다.
또 한 명은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1970년생으로 배우 남궁원(본명 홍경일) 씨 아들인 그는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 전 의원은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을 요청받았지만 거절하고 정치권을 떠났다. 2002년 경제 언론사인 헤럴드미디어를 인수해 작년까지 회장직을 맡았다. 지금은 올가니카라는 식음료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럼 '586 대통령'은 건너뛰나
야당 발(發) 40대 기수론으로 1970년대생 대통령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출생 연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1875년생)과 뒤를 이은 윤보선 대통령(1897년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1910년대생부터 1950년대생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1960년대 이후 대통령이 된 박정희 대통령(1917년생)과 최규하 대통령(1919년생)은 모두 1910년대 생이다. 1980년대 대통령이 된 전두환 대통령(1931년생)과 노태우 대통령(1932년생)은 1930년대 생이다. 둘은 육군사관학교 11기 동기생이기도 하다. 1920년대생은 건너 뛰는가 했지만 이어 민주화와 함께 김영삼 대통령(1927년생)과 김대중 대통령(1924년생)이 대권을 잡았다.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1946년생)과 이명박 대통령(1941년생)은 1940년대 생이고, 박근혜 대통령(1952년생)과 문재인 대통령(1953년생)은 1950년대 생이다.
마치 규칙처럼 1910년대생부터 1950년대생까지 각 연령대별로 두 명씩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 순서대로라면 다음번 대통령은 1960년대생에서 나와야 한다. 바로 지금 정치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586세대가 그들이다. 여권에선 이재명 경기지사(1964년생)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1966년생) 이광재 전 강원지사 (1965년생)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1962년생)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1964년생) 김경수 경남지사(1967년생)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1969년생) 등이다. 야권에선 원희룡 제주지사(1964년생)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962년생) 등이 그 세대에 속한다.
◆586은 이미 기득권층이 됐다
2년 뒤 대선에서 대통령이 40대가 될지, 50대가 될지, 아니면 다시 60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야권에서 1970년대생 40대 대통령론이 부상하고 있는데다 586세대에 대한 앞뒤 세대의 따가운 시선 등을 감안하면 1960년대생 대통령은 건너 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화 개혁 세대에서 기득권 세대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는 586은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 안팎에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586세대에 대한 퇴진 요구의 배경엔 그들의 세대적 특징도 자리잡고 있다. 586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복받은 세대라는 분석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이들은 전 세대와 달리 식민지와 전쟁의 고통을 겪지 않았다. 경제적 고도성장기인 1960~70년대 유년시절을 보내며 넉넉치는 않았지만 밥은 굶지 않았다. 대학생이 된 1980년대엔 반독재 투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화를 쟁취하는 성취감을 얻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을 한 1980년대말과 1990년대 초는 3저 호황기로 취직 걱정을 하지 않았다. 지금 청년세대는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두세 곳의 회사에 합격해 골라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회에 발을 내딛은 뒤 처음 맞은 위기가 1997년말 외환위기였다. 그러나 당시엔 입사한지 얼마 안됐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피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넘기자 벤처 붐이 불어 대박의 기회도 맛봤다. 50대에 진입해 명퇴 등 구조조정을 고민할 때쯤엔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됐다. 이래저래 지금까지 큰 고비 없이 순탄한 길을 걸어온 행운의 세대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순탄함과 행운은 지금 기득권으로 굳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586세대가 주류세력이 되었다는 것은 곧 그 세대를 대표하는 엘리트 계층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기득권층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조국 사태'가 상징적 사례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서강대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세대’에서 "정치권력 및 기업, 상층 노동시장의 최상층을 차지한 586세대의 자리 독점은 이제 형평성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비효율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 될수록 '40대 대통령론'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차병석 논설위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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