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본 남편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가벼워 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가계 운영에 불안을 느낀 아내들이 용돈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 당 저축은 1500만엔(약 1억7153만원)을 돌파해 코로나19가 일본인의 가계 운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지야스다생명이 지난 2~9일 전국 20~79세 기혼남녀 16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혼남성의 월 평균 용돈은 3만3720엔(약 38만5511원)으로 지난해보다 4054엔 줄었다. 리먼 브러더스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4592엔 감소한 이래 가장 큰 폭이다. 기혼 여성의 용돈은 1만9049엔으로 지난해보다 663엔 늘었다. 여성들의 용돈도 2017년 이후 매년 1만9000엔 안팎에서 정체상태다.
남녀 평균 용돈은 2만6384엔으로 1696엔 줄었다. 일본 성인 남녀의 평균 용돈은 2008년 3만3584엔에서 2009년 2만7877엔으로 급감한 이후 3만엔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용돈을 줄인 직접적인 이유는 코로나19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장래 가계 운영에 불안을 느낀다'는 답이 71.1%에 달했다. '수입감소'(62.2%), '생활필수품 비축에 따른 지출 확대'(46.7%), '병원비 증가'(42.5%)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성인 남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달 용돈은 3만4854엔으로 실제 용돈과 8500엔의 차이가 났다. 특히 남성이 기대하는 용돈은 4만3881엔으로 현실과의 격차가 1만엔에 달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저축은 크게 늘어 가구당1500만엔을 돌파했다. 올 4월 현재 세대 당 평균 저축액은 1512만엔으로 지난해보다 219만엔 늘었다. 50대부터 저축을 급격히 늘려 60~70대는 평균 저축액이 2000만을 넘었다. 여성의 경우 70대(2818만엔)과 20대(252만엔)의 차이가 10배 이상이었다.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는 "자녀부양을 끝낸 50대부터 노후에 대비해 저축을 급격히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가계는 저축을 줄일 수 밖에 없어 당분간 복잡한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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