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명품 재고, 다음달 아울렛에 푼다

입력 2020-04-29 17:21   수정 2020-04-30 10:50

정부가 면세점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명품 재고를 백화점, 아울렛 등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점을 지원해주기 위해서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소비자들은 면세점 재고 상품을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본지 4월 17일자 A1, 2면 참조

관세청은 면세점 보유 상품 중 일부를 수입통관을 거쳐 한시적으로 국내에서 유통할 수 있게 허용한다고 29일 발표했다. 대상 품목은 입고된 지 6개월이 지난 것이다.

면세점 상품은 원래 면세점 이외에 반출이 안 된다. 관세 등 세금이 면제된 보세 물품이기 때문이다. 해외로 가지고 나가는 것이 구매 조건이다. 관세청이 이번에 ‘예외적’으로 면세품의 일반 판매를 허용한 것은 면세점업계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손님인 외국인의 국내 입국도, 내국인의 해외 출국도 사실상 막혀 있다. 지난 3월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반 토막’ 수준인 약 1조원에 불과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장기재고의 약 20%가 소진된다고 가정하면 국내 면세점이 16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재고는 백화점, 아울렛, TV 홈쇼핑 등에서 팔릴 전망이다. 롯데 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 채널이다. 판매 상품은 의류·잡화 등 패션 상품 위주가 될 전망이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 상품은 시즌이 지나면 제 가격을 받기 어렵다. 세금을 붙여 판다 해도 정상가 대비 최소 20~30%는 저렴할 것으로 유통업계에선 예상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화장품도 ‘재고떨이’ 형태로 나올 수 있다.

기존에 백화점, 아울렛 등에 입점한 브랜드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들 브랜드는 고급 이미지 훼손, 기존 매장 내 상품과 중복 등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은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브랜드 전문가는 “버버리, 생로랑, 몽클레어 등 대중명품 브랜드 위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청은 이 밖에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등 외국인 대량 구매자들이 출국이전에도 면세품을 구매한 뒤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물건을 해외로 부치기 전에 사람이 출국을 먼저 해야 했다. 면세점이 해외 유통사와 도매상에 재고품을 매각하는 것도 허용했다. 이 경우 국내 면세점 재고가 해외 백화점과 아울렛에서도 판매될 수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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