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은행이 미국 중앙은행(Fed)에 원화를 맡기고 미국 달러를 받아오는 장치입니다. 이자가 붙지 않는 통화 간 교환이라는 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과는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했고, 그 후 종료된 상태였는데 이번에 다시 체결하게 된 것입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한 이유는 달러 위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환율이 급격히 올랐죠.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급격히 회수했기 때문입니다. 돈이 미국이나 일본 같은 그나마 안전한 나라로 돌아가는 거죠. 그러다가 지난 3월 한·미 통화스와프 발표가 나면서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된 겁니다. 그런데 다시 올라가네요. 이번 위기의 근원이 달러 유동성 부족에 있는 게 아니라 실물경제 붕괴에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 부족은 표면적인 증상인 거죠. 그래도 한·미 통화스와프로 급한 증상은 최소한 해결하는 거죠.
한·미 통화스와프는 달러 유출로 인한 환율 급등에 특효약입니다. 올 3월 5일 달러당 1181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9일에는 1286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러다가 큰일나는 거 아닌가 걱정되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때 마침 Fed가 한국과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환율은 다음날 바로 1245원으로 급락했습니다. 한국에서 외환 부족 사태가 생길 걱정은 없겠구나 하는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생겨난 거죠.
이번에 미국이 통화스와프 기회를 제공한 나라는 한국만이 아닙니다. 한국을 비롯한 9개국을 대상으로 동시에 발표됐습니다. 한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입니다. 그런데 이 아홉 개 나라들은 모두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제공한 바로 그 나라들입니다. 그 당시 미국은 14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는데요. 방금 말씀드린 9개국에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 스위스의 5개국을 합쳐서 14개국입니다. 이 중 캐나다 등 5개국은 2013년부터 통화스와프 계약이 상설화돼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체결하는 9개국과는 6개월 시한의 잠정적인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게 됩니다.
2008년 9월 미국의 서브프라임에 이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됐죠. 그 여파로 원화 환율이 치솟기 시작했죠. 정말 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미국의 타임 같은 외신들은 한국이 국가부도가 예상된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미국에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거부했습니다. 미국은 신용등급 AAA급인 나라들 하고만 스와프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캐나다 영국 스위스 덴마크 호주 노르웨이 스웨덴의 9개국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끈질기게 통화스와프를 요구했고 결국 10월 2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승인합니다. 그 효과는 바로 외환시장에서 나타났죠. 10월 29일 달러당 1427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다음날 1250원으로 떨어집니다.
당시 세계 경제 위기 타개책으로 주요 8개국(G8)의 회원국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었는데요. 대세는 ‘G14’이었습니다. 그 14에 한국의 자리는 없었죠. 유럽과 일본은 모두 이 방안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신흥국까지 포함한 G20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그 20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G20 회원국이라고 해서 미국이 모두 통화스와프를 제공한 것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도 모두 G20 회원국인데요. 그리고 외환위기를 자주 겪는 나라들이죠. 그런데도 미국은 이 나라들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으로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 한국이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것, 둘째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그 경제팀의 외교력 덕분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면 미국은 왜 다른 나라들에 통화스와프 계약을 제공할까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느 나라든 위기가 닥쳐 현금 수요가 늘면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죠.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등의 방법입니다. 우리의 한국은행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축통화, 즉 국제결제 통화인 달러는 일반적인 나라 통화와 다른 면이 있습니다. Fed가 금리를 낮추거나 양적완화를 하더라도 미국 은행들과 미국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문제는 미국 은행이나 미국 기업들만 달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알다소로와 엘러스 두 연구원이 계산한 바에 의하면 미국 이외 나라의 은행들이 보유한 달러표시 채권은 13조달러에 달하는데요. 그중 22%만이 미국 내 지점이나 미국 내 현지법인의 장부에 올라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78%는 미국 밖에 있는 거죠. 그러니까 Fed가 양적완화 같은 수단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국에만 한정돼, 전 세계 달러 유동성 확대가 잘 안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Fed는 중요한 나라들의 중앙은행에 통화스와프라는 형태로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거죠. 하지만 모든 나라에 주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나라, 동맹국들의 편의를 봐준다, 이렇게 보시면 되죠.
김정호 < 서강대 겸임 교수 >
NIE 포인트
①통화스와프가 국가 간 외환거래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②미국이 통화스와프를 상시 적용하는 국가와 한시적으로 체결하는 국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③세계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한 국제 공조로 주요 8개국(G8)과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적절한 협의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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