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SNS 여론전쟁' 대비하고 있나

입력 2020-04-29 17:44   수정 2020-04-30 00:06

오늘날 우리는 최첨단 인터넷 시대를 선도하며 의사표현과 소통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SNS 공간이 언론자유의 꽃을 활짝 피우는 순기능을 하는 반면, 국론분열을 노리는 적대국에 의해서 악용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독재국가가 자유민주국가의 SNS 공간에 침투해 여론을 조작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여론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사건이다. 러시아는 정보기관을 동원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민주당 인사에 대한 해킹과 폭로, 가짜 페이스북 계정을 활용한 여론조작, 허위정보 유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도 3년간의 조사를 통해 러시아의 목표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해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돕는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문제는 러시아의 여론전쟁이 지금도 진행형이란 사실이다.

중국도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여론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방의 대학교와 연구소에 돈을 살포해 친중(親中) 여론을 조성하고 기밀을 빼가는 것은 물론 정치인을 매수하기까지 한다. 2017년에는 호주 상원의원이 중국에 매수돼 친중 활동을 벌이다 발각된 일도 있었다. 독일 정부도 자국 정치인과 관료를 매수하려 한다며 중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중국이 세계를 무대로 벌이는 정치개입과 여론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대미(對美) 여론전쟁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바이러스를 옮겼다며 진원지 싸움에 불을 지폈다. 미국이 곧 국가봉쇄를 단행한다는 뉴스가 중국의 공작으로 SNS 매체를 통해 확산되자, 백악관이 서둘러 가짜뉴스라고 해명해야 했다. 바이러스에 관한 거짓정보를 전파하는 데 사용된 1만 개 이상의 트위터 계정이 중국 정부와 연관된 사실도 드러났다.

북한의 심리전과 선전선동에 시달려온 우리에게 여론전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소통의 장벽이 사라진 SNS 시대의 특성상, 우리의 여론공간이 국론분열을 노리는 적대세력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한국을 장악하기 위해 우리의 SNS 공간에 침투해 사회혼란과 반미감정을 부채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유학생과 조선족이 인터넷 여론을 조작했다는 소위 ‘차이나 게이트’는 여론전쟁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SNS 시대의 여론전쟁에서는 가해자가 범죄사실을 부인하긴 쉽지만 피해자가 범죄주체를 확증하긴 어렵다. 그만큼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자유로운 여론공간을 지켜내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여론전쟁을 신형위협으로 인식하고 보안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도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무장하고 진실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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