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다녀왔습니다' 성상품화 이어 '양육비' 왜곡 논란

입력 2020-04-29 18:23   수정 2020-04-2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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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양육비를 양육자의 생활비로 묘사된 부분에 대해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측이 "잘못된 인식을 조장한다"며 반발했다.

29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측은 "지난 18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자녀의 양육비를 양육자 자신의 과시를 위해 사용하는 설정이 등장했다"며 "사회적 문제인 양육비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과 대사로 아동의 생존권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공분을 샀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해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송가희(오윤아)가 불륜 당사자인 회사 후배가 포함된 식사 자리에 참석한 모습이 그려졌다.

불륜녀 후배는 "일 안해도 집에서 놀고 먹어도 따박따박 양육비 들어오지 않냐, 은근 부럽다", "남자가 있으면 뭐해? 전 부인이랑 자식한테 월급이 댕강 잘려 나가는데" 등의 말을 하며 송가희의 신경을 긁었고, 송가희는 "오늘 밥은 내가 사겠다. 나 양육비 받지 않냐. 모자라면 더 보내달라고 하면 된다. 그런건 군소리 없이 잘 보내준다"고 받아 쳤다.

이 장면에 대해 이혼가정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인 A씨는 "양육비가 아동의 생존권이라는 것을 작가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아이가 양육비를 못받아 힘들게 자라고 있는 이 현실에서 양육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더욱 견디기 힘든 고통을 준다.

사회 인식과 제도가 개선되길 염원하고 있는데 주말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가족 드라마에서 이혼 가정과 관련한 심각한 문제를 너무 함부로 건드렸다는 생각에 속상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이혼가정의 양육자인 B씨는 "양육비가 따박 따박 들어오는 한부모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 양육비로 집에서 편하게 놀고 먹는 양육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나 썼는지 묻고 싶다"며 "우리나라 양육비 산정 금액은 아이 양육비로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양육비를 받는다고 해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 양육과 경제활동 양립을 위해 발을 동동구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집필 전 이러한 현실들을 진지하고 세밀하게 살펴는 보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측은 "대한민국 10가구 중 2가구가 한부모 가정이며, 이중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비율이 80%에 이른다"며 "2018년부터 '배드파더스' 사이트와 양육비해결총연합회를 통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에 대한 성토가 일어나면서 사회 각계에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했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65명에 달하는 후보들이 아동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양육비 법안의 재 개정을 공약하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양육비를 자녀뿐 아니라 양육자의 생활비인 것으로 왜곡 표현하며 양육자가 '양육비를 받아 팔자 좋게 쓰며 산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처와 현 연인간의 신경전의 설정을 위해 '양육비' 를 소재로 택해 표현한 점은 양육비에 대한 작가의 인식 부족 문제가 더욱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청자에게 자녀를 위한 양육비의 의미를 잘못 전달하고,양육자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조장 왜곡한 것에 대해, 성실하게 경제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열심히 키우는 한부모 양육자들은, 한번 다녀왔습니다 드라마 제작진과 작가에 대한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해당 방송분에 대한 빠른 시정과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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