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100일 넘게 장기화되면서 식탁 물가가 바뀌고 있다. 킹크랩·광어·전복 등 몸값 비싼 갑각류 가격은 하락한 반면, 흔한 식재료로 취급받던 돼지고기, 양배추 등은 날로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여파가 본격화된 2월부터 4월까지 물가 상승·하락세가 뚜렷했던 품목을 정리했다.
○다시 금값 된 돼지고기
밖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수요가 늘면서 오른 품목으로 돼지고기, 양배추 등이 꼽힌다. 이달 초 농촌진흥청이 소비자 98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농식품을 구입해 직접 조리해 먹는다는 응답이 83%에 달했다. 농촌진흥청은 “집에서의 식사횟수가 많은 가정일수록 채소·과일 소비횟수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돼지고기는 2개월 새 급격한 가격변화를 겪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삼겹살 100g 구매가는 지난 2월 평균 1480원이었다. 4월 현재 가격은 1950원 선이다. 5월에는 2000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도매가격도 오름세다. 지난 2월 1㎏당 3865원(제주 제외한 전국 평균)이었던 돼지 가격은 4월 4810원으로 급등했다. 제주를 제외한 기타지역 돼지고기 가격이 제주산을 역전한 것도 이례적이다. 2월 4146원이었던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은 4월 4325원으로 소폭 올랐다. 한 양돈가 대표는 “국내 여행이 늘고 집밥 수요가 늘면서 돼지고기 소비가 많이 늘었다”며 “미국 도축장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수입고기까지 줄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양배추는 샐러드 인기에 가격이 올랐다. 저장량이 줄어든 대신 홈샐러드 수요가 늘면서 공급하락과 수요증가가 동시에 왔다. 양배추 1통을 2월 마트에서 2980원에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2000원이 더 올라있다. 서울 가락도매시장 대아청과 관계자는 “양배추는 잎채소류보다 저장성이 좋고 샐러드나 찜 등으로 활용도가 높은 채소”라며 “최근 중소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 발주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연어와 바나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생연어 100g은 2980원에서 3580원으로 올랐다. 연어 최대 수출국인 노르웨이에서 재택근무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한데다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줄면서 가격을 더 끌어올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지에서 상품수확뿐 아니라 포장 작업까지 원활치 않은 것으로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식 비중 높던 수산물 가격 급감
킹크랩 가격은 드라마틱하게 떨어졌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코로나 이전 1㎏당 8~9만원을 호가하던 킹크랩은 지난 2월 5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킹크랩을 실은 러시아 화물 선박이 중국으로 입항하지 못하자 한국에 물품을 풀었다. 킹크랩 가격은 4월 현재 다소 오른 6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광어회, 전복 등의 가격도 내렸다. 외식 수요가 절대적인 수산물로 가정에서 조리하기 어려운 품목들이다. 광어회 450g은 2월 마트에서 3만4800원에 살 수 있었지만 두 달만에 15%가 하락해 지금은 3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광어회 소비가 줄고 양식기술이 향상돼 생산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 가격’으로 인식될 정도로 가격 변동이 적었던 우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묶음 판매 방식으로 할인을 하거나 특가 행사를 여는 식으로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초중고교 입학연기로 인해 급식용 우유 소비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3L짜리 대용량 우유 가격은 같은 기간 5950원에서 4980원으로 떨어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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