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변경 때만 급등하는 농가소득…농업통계 이대로 괜찮나?

입력 2020-04-30 14:21   수정 2020-05-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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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8일 오후 8시께 통계청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대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의미를 설명했다. 농가소득은 4118만원으로 전년 대비 2.1% 하락했는데, 이는 채소류 가격 하락 및 쌀 직불금 지급 지연에 따른 결과라는 내용이 자료에 담겼다. 당초 농식품부는 자료를 내지 않으려다가 언론사들의 요청을 받고 뒤늦게 자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기사 작성이 오후 4시 이전에 끝나는 것을 고려하면 이 내용이 신문에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는 취지로 이해됐다.

2018년 농가소득이 4206만원으로 10.0% 오른 것으로 발표된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농식품부는 작년 5월3일 통계청 농가경제조사 결과 발표 직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농가소득이 증가한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당시 농식품부는 “선제적 시장 격리에 따른 쌀값 안정”을 농가 소득 향상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이어 “농가 소득이 크게 증가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성과”라고도 했다. 농식품부가 말한 ‘선제적 시장격리’란 2017년 9월 정부가 공공비축미 외에 37만t의 쌀을 추가 매입한 조치다.

문제는 작년의 농가소득 급등은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쌀 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통계청은 2018년 조사를 앞두고 농가경제조사의 표본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표본 수는 2600개에서 3000개로 늘렸다. 통계청은 이 과정에서 조사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표본농가의 업종별 비중도 바꿨고, 연령별 분배를 위한 조정도 했다고 설명했다.

축산 농가와 쌀 농가 모두 각각 하나의 표본이지만 평균 소득은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쌀 농가는 약 3000만원, 축산농가는 7000만~8000만원 정도를 번다. 400개의 표본을 추가하면서 축산 농가 비중은 10.7%에서 10.8%로 소폭 증가했다. 쌀 농가 비중은 20.1%에서 19.8%로 낮아졌다.

2018년 이전 농가소득 증가율이 10%를 넘어섰던 것은 2013년(11.3%)이었다. 공교롭게도 2013년에도 표본 변경이 있었다. 2800개의 표본이 2600개로 줄었고, 표본 구성도 바뀌었다.

이렇다보니 표본 변경이 있을 때마다 지방자치단체간 물밑작업도 벌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자기 지역의 쌀 농가를 축산 농가로 바꾸면 지자체별 농가소득 순위가 상당히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표본 변경이 있을 때 지자체별 농가소득 순위가 크게 변하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표본 변경 때마다 요동치는 통계를 신뢰하기란 쉽지않다. 근본적으로 표본 수를 확대해 일부 표본 변경이 통계를 좌우하는 일을 막아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3000개인 농가경제조사의 표본 수는 전국 읍·면·동 수(3463개)보다 적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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