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역감염 0명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대규모 지역 감염이 시작된 2월 18일 이후 어제(29일) 처음으로 지역사회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관련 감염은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어제 사망자가 한 분 발생한 것은 가슴 아프지만 지역사회 발생이 줄어든 것은 의미있다”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9일 기준 4명 늘어 누적 1만765명이 됐다. 신규 환자는 모두 검역단계에서 확진됐다. 국내에서 일상생활을 하다가 감염된 환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발생한뒤 처음이다.
방역당국은 대규모 선거에 따른 감염 환자도 없었다고 잠정 결론 내고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지난 15일 총선을 치른 뒤 코로나19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지난 데 따른 것이다. 2900만 명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지만 선거 때문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마스크와 비닐장갑 착용, 1m 거리두기 등 감염 예방조치가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가을 대유행” 위험 경고
전문가들은 환자 감소에 크게 의미를 둬선 안 된다며 보수적인 견해를 보였다. 코로나19는 증상이 없는 사람을 통해서도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올가을 더 큰 유행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지환 중앙감염병원운영센터장은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나 1918년 스페인독감 사례를 봐도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은 날씨가 추워지면 더 유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코로나19는 국내에선 늦겨울부터 유행했지만 (돌아오는 동절기에는) 가을부터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간도 길고 환자도 더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문제는 소리 없는 환자”라며 “차분하게 치른 선거는 분명 의미 있지만 이 기간 감염된 환자가 당장 다음주에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많이 나왔을 때 의료기관이 무너지지 않도록 각 기관이 대비해야 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 단순 감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들을 통한 추가 집단감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황금연휴, 교외 활동 증가는 부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해야 할 시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9일 국내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사람은 8634명이었다. 지난달 하루 2만 명 정도가 검사 중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의심증상을 호소하며 검사받겠다는 사람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5월 황금연휴 기간을 맞아 교외로 나가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방역 차원에선 부담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30일 중대본 회의에서 “아직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며 “미등록 외국인과 노숙인 등 사각지대가 국민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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