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일 여자 골프 스타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던 ‘함께극복 골프구단 채리티 매치’(이하 채리티 매치)가 돌연 연기됐고, 같은날 다른 곳에서 촬영하려던 ‘U+ 골프 챌린지 with 크리스몰’(이하 U+골프챌린지)도 세팅까지 마쳤다가 황급히 무대를 철수했다. 모두 개막을 코앞에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이 두 대회는 선수들이 재능을 기부하고, 구단들이 갹출한 돈으로 행사가 끝난 뒤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을 코로나19 극복 성금으로 기부하기로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실망감이 컸던 탓일까. 곧장 두 대회의 연기·취소 사유를 놓고 뒷말이 쏟아졌다. 선수들의 행사 참여 승인권을 쥔 KLPGA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상열 KLPGA 회장이 행사를 엎었다”는 주장이 골프계 안팎에서 흘러나오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KLPGA가 오는 14일 자체 기금 23억원을 들여 KLPGA챔피언십을 여는데, 이에 앞서 자잘한 행사가 먼저 개최되면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는 얘기다. 채리티 매치는 KLPGA로부터 대회를 열어도 된다는 ‘OK’ 사인을 받았다가 대회 직전 KLPGA의 입장 변화로 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아직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깊이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 공익을 우선한 것”이라는 KLPGA의 해명도 곧이곧대로 먹히지 않았다. 이미 지난 27일 비교적 인지도가 없는 선수 30여 명이 참가한 ‘1879골프 대회’ 개최를 협회가 막지 않았던 터라 앞뒤가 맞지 않아서다. “협회가 주도하는 14일 대회는 로맨스고 선수와 기업들이 준비한 2일 행사는 불륜이냐”는 ‘내로남불’론까지 불거진 배경이다.
골프계에선 “뭐든 조심스러워해서 나쁠 건 없다”며 KLPGA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 많은 이들은 이번 사태를 협회의 해묵은 숙제로 지목돼온 ‘권위주의’와 연결짓는 분위기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모든 걸 협회가 결정할 수 있으니 언제든 번복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상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선수와 골프팬들을 위한 협회가 선수들 위에, 팬들 위에 자리를 잡는 ‘주객전도’가 재연됐다는 얘기다.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취지로 마련한 대회가 모두 무산되면서 오매불망 대회 시작만을 기다려온 선수와 팬들만 입맛을 다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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