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휩쓸고 있는 무선이어폰 시장에 삼성전자가 본격 도전장을 낸다. 올 초 '갤럭시버즈 플러스'와 자회사 하만을 통해 'AKG N400'을 내놓은 데 이어 하반기 강낭콩 모양의 갤럭시버즈 후속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추격에 박차를 가한다.
2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무선이어폰 판매량은 2억대 돌파가 유력하다. 무선이어폰이 처음 등장한 4년 전(2016년 100만대)에 비해 220배 급성장한 약 2억2000만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발적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SA는 2023년 10억대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앞서나가는 건 애플이다. 에어팟과 에어팟 프로를 앞세운 애플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압도적 점유율(47%)로 독주했다. 2위 샤오미(9%), 3위 삼성전자(7%)와의 격차가 크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에 한참 뒤처진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평가절하할 실적은 아니다. 무선이어폰 시장 진출 약 8개월 만에 700만대를 판매한 것은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에어팟 출시 3년 뒤 갤럭시버즈가 나온 점을 감안하면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는 얘기다.
올해 들어 삼성의 추격이 한층 매서워진 게 관전 포인트.
삼성은 지난 2월 '갤럭시 언팩 2020'에서 작년 출시된 갤럭시버즈 후속작으로 배터리 용량, 음악 재생시간, 음질 등 전반적 성능을 크게 개선한 갤럭시 버즈 플러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AKG N400이 가세했다. N400은 삼성 브랜드가 아닌 AKG로 내놓은 첫 무선이어폰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갤럭시버즈 시리즈와 함께 에어팟을 '협공'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N400에는 애플 에어팟 프로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도 삼성 무선이어폰 최초로 탑재됐다. 음향기업으로서의 전문성이 강점인 하만 AKG 브랜드 무선이어폰에 ANC를 적용재, 에어팟 시리즈와 대등하게 겨뤄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N400은 국내 사전 예약기간 준비 물량이 완판되며 예열을 마쳤다.
올 하반기 출시할 삼성 무선이어폰 신제품은 '빈(bean)' 프로젝트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강낭콩 모양이다. 콩나물을 닮은 에어팟보다 한층 콤팩트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이 '갤럭시버즈X'(가칭) 관련 상표권을 최근 유럽 지식재산청에 등록했다.
갤럭시버즈 플러스의 후속모델이 될 갤럭시버즈X는 양쪽 제품에 각각 스피커 2개, 마이크 3개를 탑재하고 사이즈도 귀 속에 쏙 들어가 밖으로 거의 노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박수나 속도, 거리 등 피트니스 관련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갤럭시버즈 시리즈 중 처음으로 ANC를 넣어 에어팟과 맞붙어 자웅을 겨룰 야심작으로 추정된다.
애플 역시 '에어팟 2세대' 후속작을 내년에 출시하며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며 1위를 수성할 계획이다.
애플은 지난해 3월 에어팟 2세대를 공개한 데 이어 같은해 10월 ANC를 탑재한 에어팟 프로를 선보였다.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 밍치궈에 따르면 '에어팟 3세대'는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디자인은 전작과 유사하지만 에어팟 프로에 채택된 시스템인패키지(SiP) 방식이 채택되는 게 특징이다. 에어팟 프로 후속작은 내후년쯤 출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애플은 이에 앞서 올 하반기엔 오버이어 무선헤드폰을 선보일 전망이다. '스튜디오 팟'이라고 명명된 오버이어 무선헤드폰은 오는 6월 애플 개발자회의 'WWDC'에서 공개 후 몇 달 뒤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스튜디오 팟은 에어팟 기능을 오버이어 디자인으로 가져온 제품으로 ANC와 인공지능(AI) 비서 '시리' 등 기능이 모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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