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급학교 개학이 미뤄진 가운데 초등학생 절반 가량은 평일 낮에 성인 보호자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조사가 나왔다.
3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내놓은 '코로나19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친 일상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일 낮 시간대 성인 보호자 없이 집에 머무른 초등학생은 46.8%였다. 초등생들은 만 18세 이하 형제와 시간을 보냈다는 응답이 37.6%였고, 혼자 있었다는 응답도 9.2%였다.
중고생의 비율은 이보다 더 높았다. 중학생은 55.9%가, 고등학생은 64.9%가 평일 낮에 집에서 성인 보호자 없이 지냈다고 답했다.
방학이 길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생활 패턴도 달라졌다. 수면 시간이 길어지고 친구들과의 시간은 줄어든 반면, 가족과의 대화는 늘어났다.
코로나19 발생 전 평일 기준 아동·청소년의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6분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8시간47분으로 41분 늘어났다. '오전 0시 이후 취침한다'는 비율이 35.1%에서 62.3%로 대폭 증가했다. 개학이 연기된 기간에 밤늦게 잠드는 이른바 '올빼미형'으로 생활 패턴이 바뀐 학생들이 증가했다.
집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시간은 급격히 증가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노는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이라는 비율은 16.1%에서 46.2%로 30.1%포인트 상승했다.
대인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집에 오래 있다 보니 부모와 대화시간은 길어졌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인 비율이 11.2%에서 29.8%로 18.6%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친구들과 만나거나 신체활동하는 시간은 크게 줄었다.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시간이 전혀 없다'는 비율은 코로나19 전에는 10.3%였다. 하지만 이후에는 56.3%로 무려 46.0%포인트 올랐다. 운동이나 신체활동(학교·학원 제외) 시간이 하루 평균 30분 미만이라는 비율도 31.2%에서 55.6%로 24.4%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친구를 만나는 대신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온라인으로 대화했다는 비율도 10.2%에서 24.6%로 14.4%포인트 늘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재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3일부터 24일까지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초등학생은 384명, 중학생 367명, 고등학생은 258명이었다.
재단 아동복지연구소의 이필영 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일시에 멈추면서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가족 형태에 따라 방임 정도가 심각한 아동·청소년이 없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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