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전자가 세게 붙는다. 100만원대 고가에 첨단 스펙을 갖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승부하던 양사의 종전 라이벌 대결과는 양상이 다르다. 30만원대, 50만원대, 70만원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뉴노멀’에 맞춰 ‘가오’(폼)는 버리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기어를 바꿔 넣었다. 여기에 플래그십(전략) 모델 간판을 바꿔단 LG전자까지 가세한다.
◆ '반값 아이폰' 국내 선보여
5일까지의 황금연휴가 끝나자마자 애플 아이폰SE가 선보인다. 6일 국내 출시로 기선 제압에 나선다. 4년 만에 돌아온 애플의 보급형 폰이다. 이름부터 관심이 쏠렸다. 2016년 출시 보급형 폰의 후속작 성격을 부각한 ‘아이폰SE2’가 될지, 네이밍이 비어있는 ‘아이폰9’이 될지 궁금증을 모았다. 하지만 애플은 심플하게 갔다. 또 아이폰SE로 정했다.
역대 최저가 아이폰(64GB 기준 399달러·한국가격 55만원) 등장에 아이폰 사용자들은 ‘생태계 교란종’이라 부르고 있다. 그 정도로 강점이 뚜렷하다.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속이 알차다는 점도 내세운다. 신형 아이폰SE는 스마트폰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플래그십 아이폰11과 동일한 ‘A13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애플의 ‘반값’ 중저가 폰 차별화 포인트다. 삼성을 비롯한 여타 제조사들이 보급형 폰에 AP 사양을 낮추고 카메라 기능 등을 강조해온 추세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고가 정책을 고수해온 애플이 ‘혜자’(가성비 우수)라서 이같은 전략을 쓴 건 아니다. 기존 아이폰 제품들의 재고와 사용되던 부품을 활용한 덕분에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아이폰SE는 아이폰8의 외형에 아이폰11 부품을 넣었다. 핵심 소프트웨어(SW)에 집중한 대신 구형 하드웨어를 사용한, 애플로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아이폰SE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도 되는 요소다. 우선 화면이 작다. 구형 아이폰 디자인을 유지한 터라 4.7인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콤팩트한 사이즈의 옛 아이폰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동영상 시청·게임 플레이 시 편리한 최근 대화면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카메라 사양도 달린다. 1200만 화소 싱글 카메라다. 배터리 용량(1821mAh) 역시 작다. 4000~5000mAh 배터리를 단 최근 보급형 모델들에 견주면 한참 떨어진다. 단 최신 SW 채택에 따라 아이폰11의 4K급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고속충전 기능까지 제공하는 점은 아쉬움을 덜어준다. LTE(롱텀에볼루션)만 지원하지만 사용자들은 별다른 단점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 5G(5세대 통신) 네트워크 품질이나 통신사의 고가요금제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탓이다.
◆ 갤럭시A 양날개 달고 맞불
삼성은 아이폰SE 출시 하루 뒤인 7일 갤럭시A31·A51 동반 출격으로 맞불을 놓는다. A31은 30만원대 LTE, A51은 50만원대 5G 폰으로 수요를 나눠 아이폰SE를 협공한다. 같은 LTE를 쓰는 아이폰SE보다 가격을 낮추거나(A31) 비슷한 가격대에 5G까지 지원해(A51) 경쟁력을 갖추는 데 역점을 뒀다.
애플과는 초점을 맞춘 포인트가 정반대다. 아이폰SE의 다소 아쉬운 스펙이 갤럭시A에선 어떻게 구현됐는지 들여다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중저가지만 두 모델 모두 4800만 화소 메인 렌즈를 앞세운 후면 쿼드(4개) 카메라를 장착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구형 외관을 그대로 가져온 아이폰SE보다 대화면이다. A31은 6.4인치 인피니티-U, A51은 6.5인치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배터리도 A31은 5000mAh, A51은 4500mAh 대용량을 각각 탑재했다.
반면 AP의 경우 A31은 미디어텍 헬리오 P65 칩셋, A51은 엑시노스980을 썼다.
아이폰SE와 2대 1로 승부를 벌이는 모양새임에도 갤럭시A71까지 이달 출격 대기 중이다. A71은 가격과 사양을 좀 더 높인 5G 모델로 쿼드 카메라, 6.7인치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플래그십보단 보급형 폰 수요가 많은 만큼 라인업 다변화 및 물량 공세로 아이폰SE의 예봉을 꺾겠단 심산이다.
◆ '저렴 프리미엄폰' LG 벨벳
15일 출시 예정인 LG 벨벳은 갤럭시A31·A51 출시일과 같은 7일 온라인 공개 행사를 연다. 당초 가칭 ‘G9 씽큐’로 알려졌던 제품으로 기존 G 브랜드를 없애고 처음 새 이름을 붙인 LG전자의 야심작이다. 매스(대중) 프리미엄 폰을 표방했다.
벨벳은 디자인에 주안점을 뒀다. 후면 카메라 3개와 플래시를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세로 배열한 ‘물방울 카메라’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디스플레이 좌우 끝을 완만하게 구부려 엣지 디스플레이와 유사한 ‘3D 아크 디자인’도 적용했다. 후면 커버도 디스플레이와 동일한 각도로 구부려 제품 하단부에서 보면 타원형 모양을 구현, 그립감(손맛)을 높였다.
트리플 카메라와 6.8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배터리는 4300mAh를 탑재했다. AP는 퀄컴의 프로세어와 5G 모뎀을 합친 칩셋 ‘스냅드래곤 765 5G’를 사용했다. 퀄컴의 최상위 라인업인 800번대보다는 한 단계 아래다.
벨벳은 ‘매스’ 수식어를 붙이긴 했지만 플래그십 모델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보급형 아이폰SE, 갤럭시A 시리즈와 함께 놓고 볼 가능성이 크다. 타이밍상 자칫 ‘저렴한 플래그십’이 아닌 ‘비싼 보급형’ 폰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LG전자로선 100만원을 훌쩍 넘는 플래그십 삼성 갤럭시S20, 애플 아이폰11 시리즈와 비교해 벨벳의 가성비를 부각해야 한다. LG전자의 보급형 모델로는 올 2월 출시된 30만원대 Q51이 있다. 디자인에서 호평 받은 벨벳의 성패는 결국 ‘카테고리 전략’에 달렸다는 평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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