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사진)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발병 원인을 놓고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폭스뉴스 행사에 참석해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매우 확실한 보고를 받게 될 것이고 이는 결정적일 것”이라며 코로나19의 ‘우한 발원설’을 재차 제기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30일에도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가 있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다. 나는 (증거를) 봤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ABC뉴스에 출연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에 있는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를 감염시킨 전력이 있고 수준 이하의 연구소를 운영한 것을 기억하라”며 “중국 연구소의 실패로 세계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고의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말할 게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비협조와 은폐 문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연구소에 가도록 허용되지 않았다”며 “중국은 숨기려고 시도하며 권위주의 정권이 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폼페이오 장관이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코로나19의 중국 발원설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AP통신은 이날 중국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은폐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 국토안보부(DHS)의 4쪽짜리 정보보고서를 공개했다. DHS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 지도자들이 올해 1월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전염성을 세계보건기구(WHO)에 전달하는 것을 1월 말까지 미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 기간 의료 장비 수입을 늘리고 수출을 줄였다. 특히 마스크와 수술용 가운 수입을 크게 늘렸다고 DHS는 분석했다.
호주 새터데이텔레그래프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 간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아이즈’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12월 초부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은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말까지는 백신을 갖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염병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까지 12~18개월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 것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확실한 백신은 없지만 많은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가까워진 것 같다”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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