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염병이 유행해도 '한국 방역 매뉴얼' 가져다 쓸 것

입력 2020-05-04 17:23   수정 2020-10-14 15:55

미국·유럽에 밀려 변방으로 여겨졌던 한국 의료가 국제 사회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의 빠른 생산과 기술력이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산 진단키트는 ‘코리아 프리미엄’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의 진단기법은 국제 표준 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의료기기 기술위원회는 한국의 감염병 진단 검사 절차와 방법을 국제표준안(DIS)으로 승인했다. 오는 11월 최종 표결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통과가 확실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제표준이 되면 어떤 감염병이 유행하더라도 전 세계가 한국의 방역 매뉴얼을 가져다 쓰게 된다.

김숙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바이오화학서비스표준과장은 “에볼라 창궐 당시에도 국제 사회는 표준화된 방역 매뉴얼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코로나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 한국의 진단·역학조사·격리치료 매뉴얼이 국제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제 표준 승인을 앞둔 진단 기법은 유전자증폭(PCR) 방식 체외진단검사 부문이다. 정부와 기업이 감염병 창궐 후 진단 체계를 얼마나 빨리, 어떤 방식으로 수립할 것인지 가이드하는 매뉴얼이다. 여기엔 한국 방역당국의 코로나 대처 과정을 그대로 담았다. 국내 코로나 첫 번째 확진자는 지난 1월 20일 나왔다. 국내 진단업체 코젠바이오텍이 PCR 방식 진단키트에 대한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은 2월 4일이다. 확진자 발생 후 진단키트 허가까지 정확히 보름이 걸렸다. 2~3개월 걸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빠르다.

성홍모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과 팀장은 “첫 확진 후 9일 만에 질병관리본부가 유전자 검출 방법을 진단키트 회사에 전달했고, 최소한의 절차만 거쳐 빠른 사용 승인이 이뤄졌다”며 “이런 매뉴얼이 다른 나라에 전수되면 더 효과적인 감염병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키트 회사들은 ‘코리아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는 곳만 31개사다. 씨젠은 시설을 확대해 이달부터 하루 30만 개의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일손이 달리면서 인력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이 317명인 이 회사는 올해에만 400여 명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 씨젠뿐만 아니다. 수젠텍 코젠바이오텍 등 상당수 진단업체가 최근 1~2개월 새 지난해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 “웃돈을 줄 테니 제품을 보내달라”는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진단키트 외교’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진단키트는 외교적 신뢰 관계를 높이는 촉매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산 진단키트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국가만 80개국이다. 루마니아는 두 차례 한국산 방호복과 진단키트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송기로 공수해 갔다. 페트루 모비야 루마니아 의회 의원은 진단키트 업체 바이오니아에 보낸 편지에서 “코로나19와의 악전고투에서 최고 품질의 (한국산) 제품으로 혜택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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