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세금으로 왜 당신들이 생색내는가

입력 2020-05-04 17:51   수정 2020-05-05 00:19

한 달 전 집으로 안내장이 날아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생활지원금.’

‘공짜점심’은 없다지만 솔깃해 들여다봤다. 지원금이 무려 다섯 가지나 됐다. 중앙정부에서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경기도가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성남시의 재난연대안정자금, 아동양육돌봄지원금,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지원금 다섯 가지를 다 받으면 320만원의 공돈이 생긴다. 3인가족 기준 월 중위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해보았다. 1인당 10만원, 4인가구 40만원이 신용카드로 들어왔다. 연 매출 10억원 이하 유통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니, 웬만한 동네 마트 식당에선 다 쓸 수 있다. 가계에 돈을 뿌린다고 소비가 늘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소비진작 효과’가 나름대로 일리 있어 보인다.

주위를 보면 무상 복지가 굳이 필요없는 사람들도 공짜 혜택은 악착같이 챙긴다. 보수의 텃밭이던 성남 분당에서 지난 20대에 이어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선전한 것은 이런 유혹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재원이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도민 1364만 명이 지원대상이다. 총 1조3640억원이 들어간다. 서울시 지원금보다도 많다. 도대체 이 많은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 경기도에 확인한 결과, 우선 지역개발기금으로 쌓아둔 돈 7000억원을 헐었다. 각종 재난이나 재해를 대비해 적립해둔 기금에서도 6140억원을 빼썼다(경기도는 기금을 헐어쓴다는 비판을 의식해 지역개발기금과 재난관리기금 중 일부는 남겨놓긴 했다). 이것으론 부족해 올해 편성된 예산에서 500억원을 끌어왔다. 한마디로 탈탈 털었다. 앞으로 경기도에서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때 도민들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4인 가구 100만원) 중 20%는 각 지자체가 분담키로 했지만, 경기도가 거부한 것도 더 이상 줄 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민이 받는 지원금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며 생색을 냈다. 하지만 이 돈은 이 지사 호주머니에서 나온 게 아니다. 경기도가 재정을 잘 관리해 번 돈도 더더욱 아니다. 경기도민과 도에 본사를 둔 기업이 내는 세금 중 매년 1%가량을 떼내 마련한 것이다. 한마디로 경기도민의 호주머니에서 빼내 그중 일부를 다시 호주머니로 넣어준 것에 불과하다.

코로나지원금을 놓고 이 지사는 유독 기본소득이란 단어에 집착했다. 기본소득은 ‘무차별적’이며 ‘무조건적’이고, ‘정기적’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재산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에게 조건없이 정기적으로 돈을 쏴준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이란 명칭을 다는 순간, 맛을 들인 경기도민들은 앞으로 코로나 같은 사태가 터지면 “왜 안 주냐?”고 이 지사를 다그칠 것이다.

기금을 다 쓴 이 지사한테 선택지는 하나다. 지방세를 더 걷을 권한은 없으니 지방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하는 수 밖에 없다. 지방채는 결국 도민의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할 빚이다. 이래저래 기본소득의 달콤함은 머지않아 세금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말대로 세상에 공짜점심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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