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업계 1위 MBK파트너스(자산 약 24조5000억원)가 아니라 IMM을 대기업집단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공정위가 든 이유는 두 가지다. 주요 주주들이 고르게 지분을 분산소유한 다른 PEF와 달리 IMM은 확실한 최대주주(지분율 42.7%)가 있다는 점,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금융·보험이 아니라 컨설팅업으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모펀드를 이런 이유로 성격이 확연히 다른 일반 대기업집단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1986년 도입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취지는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IMM이 투자한 기업이 79개사에 달하고, 이 중 일부 업체의 최대주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업종에 상관없이 가치가 떨어진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뒤 가치를 높여 되파는 PEF의 성격상 당연한 결과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설명이다. ‘코로나 쇼크’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사업재편 수요가 급증하는 판국에, PEF에까지 이런 족쇄를 채우는 게 무슨 실익이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매년 이맘때 발표되는 공정위의 대기업 및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은 최근 수년간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PEF뿐 아니라 카카오·네이버처럼 과거에 없던 플랫폼 기업이 연이어 등장하는데 30년 넘은 낡은 규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있어서다. IT 분야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대개 지주회사 형태의 간결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고, 상호·순환출자 등의 문제도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획일적 규제에는 예외가 없다. 대기업집단 현황 신고 때 일부 계열사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던 네이버가 그런 사례다.
기존 대기업집단 규제도 타당성·실효성에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대기업이라야 세계시장에서 중소 규모에 불과하고, 강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조금만 덩치가 커지면 다른 나라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에 번번이 막히는 게 현실이다. 기업이 성장을 주저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생겨나고, 국내 투자가 더 어려워지는 이유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 규제들도 과감히 풀어야 할 정부가 ‘규제 근본주의’에 빠져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참에 대기업집단 규제에 대해 전면 재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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