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가 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와 선박 생산이 줄면서 철강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반면 철강산업의 주원료인 철광석은 예년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업계는 감산은 물론 사옥 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생산 탄력 대응
포스코는 지난달 2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조강 생산량을 3410만t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1월 기업설명회 당시 생산량(3670만t)보다 7%가량 낮췄다. 이미 아르셀로미탈 일본제철 US스틸 등 세계 주요 철강사들은 잇따라 감산에 나선 상황이다. 포스코는 이날 감산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연간 매출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올해 전체 매출은 63조7940억원에서 57조5363억원으로 낮췄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의 열연 전기로 가동 중단을 시사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은 “감산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로(용광로) 감산은 아직 계획이 없지만 전기로는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를 절감하고 비핵심성 자산도 매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실적 악화로 투자계획을 축소하기로 했다. 올해 계획했던 연결기준 투자 규모는 6조원이었으나, 이를 5조2000억원으로 내렸다. 현대제철은 서울 잠원동 사옥과 현대오일뱅크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분기도 실적 부진 우려
포스코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70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4% 감소했다. 매출은 14조5458억원으로 9.2%, 순이익은 4347억원으로 44.2% 줄었다. 현대제철은 1분기 2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4조668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0% 감소했다. 순손실도 1154억원이었다.
자동차와 선박 등 수요산업 부진이 악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업계는 전체 철강재 생산량의 30%를 소비하는 최대 수요처다. 철강업계는 작년 하반기부터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업계가 가동 중단과 수요 부진에 시달리면서 가격 인상이 쉽지 않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동량이 줄면서 선박 발주까지 줄었다. 이는 선박용 후판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유정용 강관도 재고가 쌓이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주문량이 뚝 떨어진 탓이다.
철강업계의 실적 부진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해외 법인들은 주로 자동차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강판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2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스코는 해외 생산기지 중 이탈리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등 10곳이 셧다운(가동 중단) 상태다. 현대제철도 미국 브라질 멕시코 가공센터 가동을 멈췄다.
○철광석 가격도 부담
원자재 가격도 철강사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철광석은 이달 t당 8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예년보다 10~20달러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이후 국제 유가가 70% 급락하는 등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지만 철광석 가격만 요지부동이다. 철광석 강세는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의 기상 악화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기대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세계 철강사들이 잇따라 생산량을 줄이고 있지만 바오산강철 허베이강철 등 중국 철강사들은 고로 가동률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철광석 공급사인 브라질 발레사가 올해 생산량을 줄이면서 철강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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