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최근 들어 협력사의 원재료 조달, 조업 상황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협력사에 어려움이 생기면 곧바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고경영진이 정기적으로 협력업체를 방문해 임직원 목소리를 직접 듣고 회사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진정한 상생협력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협력사 경쟁력 강화 △프로세스 혁신 △인력 육성 지원 △자금 지원 △차세대 기술개발 등 협력사 지원·육성을 위한 5대 과제를 선정해 추진 중이다. 2013년부터는 매년 ‘협력회 정기총회’를 진행해왔다. 협력회에서 LG전자와 협력사들이 모여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한 해의 상생협력 성과를 공유한다. 협력사들은 총회에서 생산성을 높인 우수 사례도 발표한다.
○협력사 ‘리쇼어링’ 지원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에서 국내로 생산시설 등을 옮겨오는 ‘리쇼어링’을 검토 중인 협력사가 많다고 LG전자 측은 전했다. LG전자는 이를 고려해 해외 협력사들이 국내로 돌아오거나 국내 생산을 늘릴 때 생산성 향상 컨설팅, 구매 물량 보장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협력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영 및 기술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협력사가 생산 구조를 개선하면 LG전자 제조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판단이다.
LG전자는 생산라인 자동화와 정보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데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협력 회사별로 공장 전체 설비, 공정, 물류 등을 분석해 자동화 과제를 발굴하고 적용해주는 방식을 통한다. 협력사가 부품 투입, 라벨 부착, 박스 조립 등의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설비 구축을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협력사 근로자 1인 기준 시간당 생산량을 최대 550% 높이는 결과를 봤다.
LG전자는 협력사와의 정보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정보를 공유해 수요관리, 생산관리, 구매·자재관리 분야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시간을 약 58% 줄일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전언이다. 지원 대상과 범위도 넓히고 있다. 올해는 지원 범위를 해외에 함께 진출한 협력사까지 확대했다.
협력업체와 개발 단계부터 힘을 모으기도 한다. 부품 제조 역량이 큰 협력사와 협업해 신기술과 신공법을 공동 개발하려는 차원이다. 부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기술 특허를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개방해 협력사 연구개발(R&D) 역량이 향상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협력사 인재 개발도 지원
LG전자는 협력사의 인재 육성에도 지원하고 있다. 2011년부터 운영해온 ‘LG전자 동반성장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사출성형 △채권관리 △채용면접 등 협력사의 경영·생산성·품질 역량 강화에 필수적인 과목 90여 개를 협력사에 교육하고 있다. 2017년엔 전기자동차 등 신사업과 연계한 자동차 품질 시스템, 글로벌 부품 개발 프로세스 등 자동차 품질교육 과정도 신설했다.
협력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대비책도 마련했다. ‘기술자료 임치제도’다. 기술자료 임치제도란 협력사의 핵심 기술 자료를 신뢰성 있는 정부기관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보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협력사는 기술유출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대기업은 해당 협력사의 파산·폐업 때도 해당 임치물을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에 무이자 또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지난해 400억원 규모였던 무이자 자금을 올해 550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자금 지원도 지난해보다 넉 달 앞당겨 지난 2월부터 진행했다.
LG전자는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과 함께 저금리 대출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이시용 LG전자 구매경영센터장은 “협력사가 안정된 경영을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상생의 핵심”이라며 “협력사가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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