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강화하는 무신사, 남성복 강화하는 W컨셉

입력 2020-05-05 16:25   수정 2020-05-05 19:32

패션 전문 온라인몰 1위와 2위간 경쟁이 치열하다. 남성 소비자층이 두터운 1위 무신사는 신규 여성 소비자 확보에 나섰고, 1위와 격차가 큰 W컨셉은 남성복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두 업체 모두 미래 신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화장품으로 카테고리를 넓히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탄탄한 남성층 확보한 무신사

무신사는 2002년 ‘무지하게 신발을 사랑하는 모임’으로 출발했다. 슈즈 마니아인 남성들이 몰리면서 처음부터 남성 소비자층이 두터웠다. 현재 무신사의 남성 회원 비중은 55%다. 보통 패션 쇼핑몰에선 70% 이상이 여성이다. 무신사의 매출 비중으로 보면 남성이 60%가 넘는다. 트렌드에 맞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여성과 달리 남성들은 마음에 들면 계속 한 쇼핑몰에서만 지출을 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무신사는 남성들이 선호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남성들 사이에서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소비자인 20대의 비중이 55%로 가장 높고 30대가 18%, 10대가 15% 순이다. 지금은 유명해졌지만 4~5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비바스튜디오, 키르시 같은 브랜드도 무신사를 기반으로 1020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급성장한 브랜드다. 지난해 말 기준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수는 3700여개에 달한다.

○우신사로 여성복에 도전장

남성층은 견고하지만 소비력이 높은 여성을 잡지 못하고선 큰 성장을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무신사는 여성층을 확대하기 위해 ‘우신사’를 강화하고 있다. 우먼과 무신사를 합친 우신사는 무신사가 운영하는 여성 전문 쇼핑몰이다. 유니섹스 제품들을 무신사에서 구입하는 여성들도 많지만 우신사에 들어가 여성복들 사이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을 더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우신사에는 앤더슨벨, 키르시 같은 인기 브랜드의 단독 상품과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등 총 2500여개 브랜드가 입점돼있다. 우신사에 가입한 회원 수는 250만여명으로 아직 무신사보단 규모가 작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신발과 가방 등 액세서리군을 늘려 매출 규모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무신사가 중점을 두는 것은 콘텐츠와 큐레이션이다. 다양한 패션 코디 팁과 브랜드 스토리, 맞춤형 쇼핑정보 제공 등에 강점이 있다는 얘기다. 유튜브 채널인 무신사TV의 구독자는 8개월 만에 12만명을 넘었고 현재 16만3000여명에 달한다. 이곳에선 무신사 상품기획자(MD)들이 신생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 유튜버들과 협업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코디 팁, 브랜드 비하인드 스토리, 한 브랜드 매장 털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1020 여성들을 신규 소비자로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와 큐레이션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직장인 겨냥한 W컨셉

패션 전문 온라인몰 2위 업체인 W컨셉은 마음이 더 급하다. 무신사의 연간 거래액이 지난해 9000억원을 넘었지만 W컨셉은 2000억원대 수준으로 아직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여성 소비자 비중이 85%에 달하는 W컨셉은 2001년(당시 위즈위드)부터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했다. 현재 20대부터 35세까지 여성 소비자 비중이 가장 높다. 여성스럽고 귀여운 옷부터 직장인들이 입기 좋은 정장까지 두루 갖췄다. 무엇보다 3500여개 입점 브랜드 중 80%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다. 계속 새로운 걸 찾는 젊은 여성들의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W컨셉이 남성 소비자를 잡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은 자체 브랜드(PB) 프론트로우 맨이다. 여성복 PB로 2009년 첫선을 보인 프론트로우가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인기를 끌자 남성복 브랜드를 지난해 9월 내놓은 것이다. 유행을 타지 않는 슈트, 고급 소재의 바지를 다양한 사이즈로 제작했다. 일반 브랜드와 달리 총 13개로 사이즈를 세분화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 가성비 좋은 옷을 찾는 직장인 남성들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최근엔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패션에서 성공한 비결을 뷰티에 적용키로 했다. 허스텔러, 힌스, 배럴즈앤, 넘버즈인 등 덜 알려진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 21개를 단독으로 입점시켰다.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브랜드들을 늘려 현재 총 430여개 뷰티 브랜드 제품을 판다. 타 쇼핑몰 대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패션처럼 희소성 있는 브랜드를 늘린 것이다. 최근 무신사가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뷰티 카테고리를 새단장하고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두 업체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가 승패 가를 것”

무신사와 W컨셉이 부족한 사업을 채우는 전략을 채택하면서 고민은 더 깊어졌다. 우신사의 고민은 중저가 위주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가 많다는 데 있다. 고정 고객은 확보할 수 있지만 저변을 넓히기 위해선 대다수의 여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스러운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W컨셉의 고민은 여성복만으로는 1등 무신사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데 있다. 남성용 슈트를 가성비 좋은 기획 상품으로 내놓고 세인트제임스,그라미치, 브러셔 등 2030 남성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중심으로 꾸민 이유다. 하지만 10대부터 ‘충성도 높은 고객층’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세운 무신사와 비교하면 ‘직장인 남성’이라는 타깃 자체가 좁고 확장 가능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기존 고객층을 잘 유지하면서도 신규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의 유무가 1,2위 경쟁의 키 포인트라고 보고 있다.

W컨셉 관계자는 “매일 입을 수 있는 옷, 좋은 소재와 합리적 가격대의 옷을 찾는 남성을 겨냥했다”며 “자체 브랜드와 함께 국내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를 다수 확보한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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