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렘데시비르, 초기 전파 낮추는 효과 어려워"

입력 2020-05-05 15:53   수정 2020-08-0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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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긴급 승인한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와 관련해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처럼 전파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5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렘데시비르가 중증 환자에 사용이 한정돼 있고, (이들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치명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한계점을 제시했다.

권 부본부장은 "신종플루 유행 당시 타미플루처럼 초기에 모든 환자에 투약해 전파력을 낮추는 등의 방역대책을 진행할 정도의 의미는 가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한다"며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므로 유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해왔던 항바이러스제다.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의 유전물질 복제를 막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다. 길리어드는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의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만든 제약사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여러 신종 바이러스 병원체에 대한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어디에서도 코로나19는 물론 에볼라 치료제로도 공식 허가받지 못했다. 에볼라 환자에 처방된 적은 있으나 최종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에볼라 치료제 임상 실패 후 한동안 정체됐던 렘데시비르 개발은 올해 1월 길리어드가 미·중 의료진과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여 이달 1일(현지시간) 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FDA는 호흡 장애로 인공호흡기 등을 필요로 하는 입원 중인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렘데시비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방역당국이 전문가들과 함께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 중간결과와 해외 사용 승인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논의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의 치료가이드라인에서 아직은 항바이러스제 중 유효하다고 권고하는 약제는 사실상 없다"며 "현재까지의 임상시험을 토대로 해서 (렘데시비르) 긴급사용 승인이 나 있는 상황이고, 국내에서도 그러한 임상시험에 일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앙임상위원회 등 전문가 집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곧 판단을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곧 국내에서도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통해 필요할 경우 (치료제 승인)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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