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 불출마했거나 낙선한 통합당 현역 의원은 77명이다. 이는 곧 77명 의원의 의정 활동을 도운 700여 명의 보좌진(의원 한 명당 9명 안팎)이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는 의미다.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해 의원 수가 92명에서 84명으로 쪼그라든 통합당은 이들을 수용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약 200명의 보좌진이 여전히 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보좌진은 ‘자매 정당’인 미래한국당 의원실에 자리를 문의하고 있다. 한국당 당선자 19명 중 18명이 초선인 만큼 국회 경험이 풍부한 보좌진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한국당 원유철 대표와 염동열 사무총장,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 한선교 전 한국당 대표 등을 통해 의원실에 이력서를 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대표는 “보좌진이 지원하는 상임위원회에 맞춰 각 비례대표 의원실에 알음알음 추천해 주고 있다”며 “수요는 적은데 공급이 넘쳐서 문제”라고 말했다.
통합당 의원실 출신 보좌진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 옮겨가는 것도 쉽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윤호중 사무총장 명의의 ‘21대 국회 보좌진 구성 안내’ 공문을 통해 당 소속 의원들에게 ‘타당 출신 보좌진 임용 시 정밀 검증할 것’이란 지침을 내렸다. 통합당의 한 보좌진은 “사실상 타당 출신은 채용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다.
국회를 벗어나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보좌진도 있다. 5급 비서관으로 재직 중인 한 보좌진은 “21대 국회 개원 전에 자리 잡지 못하면 기약 없이 쉬어야 한다는 불안감에 민간 기업 자리도 알아보고 있지만, 기업들도 야당 출신은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총선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한 민생당 보좌진은 통합당보다 더 심각한 구직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정반대다. 500여 명의 보좌진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한두 달 사이에 이를 충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인력풀이 부족하다 보니 5급 비서관이 4급 보좌관으로, 6~7급 비서들이 5급 비서관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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