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가성비 무기로 점유율 15% 넘겨
CPU는 PC에서 데이터 처리, 연산을 수행하며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2000년 후반 이후 인텔이 압도적 우위를 지켜온 시장이다. 인텔과 AMD의 사업 규모는 10배 이상 차이 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인텔과 AMD는 각각 202억달러(약 23조2900억원), 21억3000만달러(약 2조50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윗과 골리앗이 맞붙은 모양새지만 AMD는 착실하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4년 임명된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인원감축 등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CPU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2017년 출시된 ‘라이젠(RYZEN)’ 시리즈다. 인텔의 데스크톱용 CPU가 4코어 수준이던 당시 AMD는 8코어 제품으로 멀티태스킹을 화두로 던졌다. 코어 수가 많을수록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에 유리하다.
2018년 인텔이 공급 부족으로 주춤한 사이 AMD는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AMD는 글로벌 CPU 시장의 15.5%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데스크톱용 CPU에서는 18.3%를 기록하며 2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노트북 부문에선 전년 같은 기간보다 4%포인트 오른 16.2%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조립PC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조립PC 판매 쇼핑몰 다나와에 따르면 AMD 라이젠 프로세서는 지난해 7월 점유율 50%를 넘긴 데 이어 지난달 60.56%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AMD가 올해 데스크톱과 노트북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속도의 인텔 vs 멀티태스킹의 AMD
인텔과 AMD는 지난달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CPU를 나란히 공개했다. AMD는 올초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선보인 라이젠 모바일 4000 시리즈를 지난달 출시했다. 8코어 16스레드 구성의 ‘라이젠9 4900H 모바일 프로세서’가 대표 제품이다. AMD가 강점을 보여온 그래픽 성능에 멀티태스킹이 맞물리면서 전문가 작업에 적합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분하는 인텔과 달리 두 프로세서 성능을 함께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제이슨 반타 AMD 제너럴매니저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라이젠 모바일 테크데이’에서 “그래픽 퍼포먼스에서는 2014년부터 인텔을 앞서왔다”고 강조했다. AMD의 약점으로 꼽혀온 배터리 소모율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반타 매니저는 “(이전 제품에 비해) 시스템온칩(SoC) 전력은 20% 이상 줄이고 와트(W)당 성능은 두 배 이상 향상됐다”고 소개했다.
인텔은 10세대 고성능 코어 H시리즈로 수성에 나섰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최상급 모델인 ‘코어 i9-10980HK’는 AMD와 같은 8코어 16스레드 구성에 5.3GHz(기가헤르츠) 작동 속도를 구현한다. 지금까지 출시된 노트북용 프로세서 중 최고 속도다. H시리즈의 60% 이상이 5.0GHz 이상을 지원한다. 프레드릭 햄버거 인텔 프리미엄 및 게이밍노트북 총괄은 “빠른 속도와 풍부한 화면이 핵심인 게임에서 주파수 성능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설명했다.
USB의 8배 속도로 최대 6개까지 주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선더볼트3’, 최대 9.6Gbps(초당기가비트) 속도를 구현하는 ‘와이파이 6’를 적용해 이동성도 강화했다. 인텔의 최대 강점인 초경량을 게이밍 노트북에서도 실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인텔은 올해 H시리즈를 적용한 노트북을 100종 이상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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