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명 중 1명 네이버 쇼핑…쿠팡·홈쇼핑 '긴장'

입력 2020-05-05 17:21   수정 2020-10-14 16:01

“벌써 1000개가 빠졌다고 합니다. 빨리 구매하세요. 방송을 계속 보시면 네이버 포인트도 드립니다.”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삼성출판사가 네이버의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유아용 영어교재 ‘뉴 잉글리시 타이거’ 판매를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1000세트 이상이 팔려나갔다. 네이버가 지난달 내놓은 라이브 커머스는 네이버 모바일 앱에서 어떤 판매업자든 실시간 방송 형태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능이다. ‘손안의 홈쇼핑’인 셈이다. 이날 삼성출판사는 1시간 만에 준비한 제품을 모두 팔아 2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두각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수천만 명의 포털 서비스 이용자, 국내 1위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국내 e쿠폰 시장을 키웠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두 회사 쇼핑 사업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쇼핑몰 ‘스마트스토어’에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1000만 명을 넘어섰다. 1월(800만 명)보다 25% 이상 급증했다. 한국인 5명 중 1명은 네이버에서 쇼핑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쇼핑 앱 쿠팡의 이용자 수도 1000만 명이 넘지만 모두 결제까지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매자 수만 보면 네이버가 더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등 e커머스업체와 롯데 등 유통업체는 온라인 쇼핑 이용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제액 기준으로는 네이버가 e커머스업체를 이미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결제가 발생한 온라인 쇼핑 서비스는 네이버였다. 20조9249억원으로 추정됐다. 다음은 쿠팡(17조771억원),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 순이었다.


배송 강화해 쿠팡 위협

네이버는 기존 서비스를 활용해 상거래 사업을 키웠다. 막강한 검색 시장 점유율이 바탕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3월 네이버 앱 사용자 수는 3185만 명에 달했다. 판매업자들이 네이버를 택하는 이유다. 3월에만 스마트스토어 3만7000개가 새로 개설됐다.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기획관리실장은 “온라인 쇼핑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의 ‘관문’인 결제 시장에서도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가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올 1분기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3월 결제자 수는 1250만 명을 넘어섰다.

네이버는 약점도 보완하고 있다.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해주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서 최근 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문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지난달 시작했다. 3월에는 모바일 홈쇼핑 서비스인 ‘라이브 커머스’도 내놨다. 모든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에게 관련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e쿠폰 시장 만든 카카오

카카오의 온라인 상거래 사업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카카오의 대표적인 쇼핑 서비스는 카카오톡의 ‘선물하기’다. 4000개 넘는 업체가 선물하기 서비스를 통해 제품을 팔고 있다.

2010년 시작한 선물하기 서비스의 거래액이 급증하자 통계청은 2017년부터 관련 통계를 따로 집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선물하기에 해당하는 온라인 쇼핑 분야인 ‘e쿠폰서비스’ 시장의 거래액은 2017년 1조2016억원에서 지난해 3조3239억원으로 2년 새 2.7배로 급증했다. 국내 관련 시장의 점유율을 고려하면 지난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거래액은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거래액만 보면 수천만 종류의 물건을 판매하는 e커머스업체 티몬과 비슷한 규모다. 카카오가 지난해 선보인 신규 쇼핑 서비스 ‘톡딜’의 이용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톡딜은 두 명만 모여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3분기부터 매 분기 판매하는 상품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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