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어떨까.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90여 개국에 흩어져 있는 한식당은 약 3만5000개에 이른다. 교포 사회에서 시작된 한식당 문화는 이제 어느덧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에서 최고급 식당 문화로 진화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식 네트워크가 3만여 개에 달하지만 조리법도 표준화되지 않고, 음식에 대한 통일된 영문 명칭이 없다. 한식 조리에 일식이나 중화 소스를 섞어 쓰는 경우도 많다. 불고기는 ‘Korean barbeque’나 ‘Bulgogi’ ‘Beef with teriyaki’ 등으로 혼용된다. 잡채도 ‘Korean cold noodle’ ‘Jabchae’ ‘Noodle with vegetable’ 등으로 명칭이 제각각이다.
음식 콘텐츠 기획자인 김혜준 김혜준컴퍼니 대표는 “통일된 영문 명칭으로 이름을 정비하고 최소한 한식에 들어가는 기본 식재료라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에게 익숙한 코스 방식으로 음식이 제공됐을 때 한식에 대한 반응이 좋고 전파 속도가 빨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식 세계화 작업이 정부 주도 홍보사업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가 한식을 많이 먹게 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산업적 관점에서 한식 식재료와 식품, 조리 인력과 도구, 식기까지 수출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태국은 왕실과 정부가 ‘블루 엘리펀트’ ‘MK레스토랑’ 등의 외식 기업을 민간 외교관으로 삼아 공식 요리학교를 세워 요리법을 세계에 알리고 식재료 등을 수출했다. 태국은 21세기 들어 자국 음식을 가장 성공적으로 세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 학계와 협력해 관련 업체와 한식 셰프들의 전략적 해외 진출을 도모해야 진정한 한식 세계화의 결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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