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23조엔 추가 손실에도 긴급사태 연장한 숨은 이유

입력 2020-05-06 10:39   수정 2020-08-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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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3조엔(약 264조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긴급사태를 한 달 더 연장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행동제한을 완화하면 15일 만에 감염자수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오하시 준 도쿄대 대학원 준교수(집단게놈학)는 사람 간 접촉을 80% 줄이는 코로나19 대책을 1개월만 실시하고 해제하면 15일 뒤 감염자수가 원래대로 증가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오하시 준교수는 50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된 인구 10만명의 도시에서 행동제한을 해제한 이후 신규 확진자수 변화를 예상했다. 오하시 준교수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도시의 기준은 인구 1000만명에 확진자수가 4654명인 도쿄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시뮬레이션 결과 사람간 접촉을 80% 줄이는 상태를 한 달 간 지속하면 감염자수가 20명 초반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 달 후 행동제한을 해제하면 15일 만에 감염자수가 50명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동안 사람간 접촉을 70%만 줄였다면 신규 환자수가 이전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열흘도 되지 않았다.

지난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까지였던 긴급사태를 이달 말까지 연장한 것은 이러한 예상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긴급사태를 연장해야 한다고 건의한 정부 전문가 회의도 "신규 감염자수 발생 추이가 목표한 수준만큼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연장할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었다.

반면 사람간 접촉을 70% 정도 줄이는 상태를 유지하면 140일 후 신규 감염자가 10명 미만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사태를 연장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도서관과 박물관 등 일부 시설의 재개를 허용하려는 것도 행동제한을 70% 수준으로 유지하면 코로나19를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긴급사태 한 달을 맞아 사람간 접촉을 줄이는 정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뱅크의 스마트폰 위치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5월4일 기준 도쿄역과 오사카역의 인파는 긴급사태 선언 전보다 각각 83%, 89% 줄었다. 요코하마(-79%), 교토(-78%), 나고야(-81%) 등 대도시는 사람간 접촉이 80%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센다이(-36%), 오키나와 나하(-33%), 나가사키(-48%) 등 지역 중소도시들은 일본 정부의 목표치인 70~80%에 크게 미달하는 곳이 상당수다.

오하시 부교수는 산케이신문에 "신규 환자수가 충분히 줄어든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감염자수를 제어하기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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