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지속가능성’은 이제 모든 기업들의 화두가 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환경을 보호하면서 오랫동안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가 하는 기업의 고민은 소비자들에겐 ‘어떤 기업이 가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가치를 따져가며 소비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단순히 가격의 문제는 아닙니다. 버려진 것들을 다시 쓴다고 결코 가격이 싸지 않습니다. 특히 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하되 새로운 디자인을 더해 가치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은 그 자체가 새로운 디자인 작업이기 때문에 값어치가 올라가곤 합니다.
대표적 예가 스위스의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입니다. 버려진 천막을 잘라 만든 가방은 제각각의 무늬, 패턴이 다르고 가방 디자인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비싼 값을 받고 있습니다. 버려진 물건에 새 호흡을 불어넣은 디자인 값, 그 과정과 노력, 시간에 대한 가치를 제품 값에 반영한 것이죠. 그걸 인정하고 존중하는 소비자들이 수 십만원을 주고 그 물건을 사는 겁니다.
그 브랜드 물건을 쓰는 사람들은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어합니다.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지, 그걸 실행에 옮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거죠. 특히 요즘 밀레니얼세대, Z세대들은 작은 물건 하나를 사도 어떤 기업이 어떤 공정으로 제조한 제품인지를 따져가며 산다고 합니다. 기왕이면 ‘착한 소비’를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겁니다.
패션은 특히나 지속가능성에 예민한 산업군이죠. 제조과정에서 염색, 워싱 등을 거치며 물을 많이 사용하고 환경에 안 좋은 물질을 내보내기도 합니다. 수작업이 필요한 작업엔 저소득국가 어린 아이들의 인력을 착취한다는 비난을 받은 브랜드도 여럿 있었습니다. 또 그렇게 만든 옷을 오래 입지 못하고 금세 트렌드에 따라 버리고 새 옷을 구입하도록 ‘독려’하는 게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들이란 비판도 많죠.
그래서일까요. 패션 브랜드들이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언하고 가짜 모피를 뜻하는 ‘에코 퍼’로 겨울 외투를 제작하기 시작했죠. 버려진 옷을 오려 새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 자체가 브랜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친환경 브랜드라는 인식을 준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죠.
이미 조르지오 아르마니, 구찌, 스텔라 맥카트니 등이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진짜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몇 년 전부터 ‘에코 퍼’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래코드’ 등이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작게나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매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일찌감치 이런 노력을 기울이면서 사업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기업이 느끼는 겁니다.
6일엔 알렉산더 맥퀸도 업사이클링으로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지난 시즌 패션쇼에서 쓰고 남은 원단들을 재가공해서 새 옷을 제작한 겁니다. 자카드, 실크, 레이스 등 소재는 아주 다양하게 썼습니다. 알렉산더 맥퀸이 자주 사용하던 여성스러운 소재들이 주를 이룹니다. 브랜드의 가치를 고스란히 살린 우아한 드레스, 각진 어깨가 특징인 재킷 등을 내놨죠.
특히 2017년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사용했던 레이스를 재활용한 드레스는 미색 워시드 실크 오간자로 우아함을 더했습니다.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섬세한 디자인이 특징이죠. 울 테일러드 재킷에는 미색 자카드, 레이스, 오간자, 튤 등을 재활용한 프릴 러플이 안감으로 들어갔습니다. 자투리 천을 사용한 옷들이 많고 이마저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 장인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입니다. 이젠 옷 한 벌을 사도 어떤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담아 어떤 제조공정으로 내놓은 옷인지 차근차근 따져보고 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끝) /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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