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자녀들에게 삼성 경영권 안 물려주겠다" 선언 [종합]

입력 2020-05-06 15:35   수정 2020-05-06 17:1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때부터 내려온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설립 방해 문제에 대해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지 못했다"며 직접 고개 숙여 사죄했다.

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노조, 시민사회소통 등 삼성에 요구되는 준법 의제를 언급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 부회장이 국민들 앞에 직접 발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정각에 맞춰 삼성그룹 서초사옥 다목적홀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미리 준비해온 A4 용지 3장 분량의 사과문을 읽어내려갔다.

이 부회장은 "기술과 제품은 1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이 모든 것은 저의 잘못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사과하면서 "이젠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 지탄을 받을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그는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다.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경영 환경도 녹록치 않은 데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노사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도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고 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부회장은 시민사회와 소통과 관련해선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이라고 말한 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고 했다.

준법위 활동에 대해서도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위는 독립적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며 "중단없이 활동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이 부회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적 위기가 초래된 상황을 지켜보며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며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시민들 보며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많은 걸 뒤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며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다음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전문이다.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리기도 했습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해 뇌물혐의로 재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린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이상 논란이 안 생기게 하겠습니다.

법을 어기는 일도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그동안 가져온 제 소회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이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래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됐습니다.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윤택해지게 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분이 혜택을 누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 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입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 모셔와야 합니다. 그 인재들이 사명감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 이끌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입니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기는 주저해왔습니다.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고 저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노사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삼성의 노사문제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입니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입니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 걸음 다가서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준법이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는 독립적으로 활동할 것입니다.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입니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2~3개월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배려를 실천하는 시민, 이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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