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와 기업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고용안정대책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최근 무급휴직, 가족돌봄휴직, 휴업급여지원금 상담이 증가하다 보니 기업지원책에 관심을 쏟게 된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대책 중 고용노동부의 고용안정대책을 살펴보자. ‘재직자 고용유지 강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공공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실업자 등 생계 및 재취업 지원’ 중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이 눈에 띄었다.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일정 소득 이하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 종사자, 프리랜서, 무급휴직자를 대상으로 지급된다고 한다. 이 중 특수고용 종사자 및 프리랜서, 무급휴직자에 대한 생계 지원은 이미 시행 중이니 영세 자영업자 지원이 새롭게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주와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임의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사업주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지 1년이 경과해야 경영 악화 등의 사유로 폐업 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이 65% 정도다 보니 의무 가입도 아닌 사업주의 고용보험 가입을 기피하게 된다.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3% 정도로 저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 이전에도 경영상 사유 등으로 폐업하거나 도산·파산하는 사업주는 사업 운영 시 누적된 채무 및 신용 문제로 생계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근로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은 의무적이라 실업 시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돼 있다. 그러나 고용보험 가입률이 3%인 현 상황에서 자영업자나 영세사업자가 폐업을 하게 되면 별도의 경제적 대비책이 없는 경우 사업 과정에서 지게 된 부채 등으로 장기간 생계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급기야 가족 해체까지 경험하면 일상적인 삶으로의 회복이 더더욱 힘들어진다.
2018년 사업체 노동 실태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8%고, 1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 중 84.4%에 달한다. 그중 5인 미만 사업장이 60%에 이른다. 자영업자 및 영세 사업자를 위한 고용안전망이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19라는 습격자가 없었더라도 영세 사업주가 생존하기 위해 녹록한 기업환경은 아닌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대상은 자영업자가 아닐까 한다.
다행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위해 발 빠르게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및 경영회복, 사업정리 조치 등을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건물의 임대료를 각 3분의 1, 5분의 1로 인하하고 공공기관 임대료는 20~35% 인하한다고 한다. 또 임대인이 임대료를 내리면 임대료 인하분의 절반을 소득세 및 법인세에서 감면해준다고 한다. 환영할 만한 조치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상황 인식은 훨씬 급박한 듯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4월 시행한 소상공인 경영상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자 중 66% 이상이 작년 3월 대비 50% 이상 매출이 급감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전망 설문에는 6개월 이상 경영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23.9%가 ‘사업이 폐업 상태일 것 같다’, 48.5%는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폐업을 고려할 것 같다’고 답했다. 자영업자들에게는 사업 유지를 위한 지원책과 더불어 폐업 시 생활 안정을 위한 실업부조 정책이 같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에는 고용안전망으로 사회보험 방식의 고용보험(실업급여)과 조세 기반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있는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는 자산이 있으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로 인정되기 어렵다. 그러나 경영 악화로 폐업 시 일부 사업주는 금융권으로부터의 압류 및 다수의 채권·채무관계로 인해 장기간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을 겪다 보니 자산이 있어도 이를 통용 가능한 화폐로 전환할 수 없다. 일정 기간 가족 부양 및 생계유지가 당장 시급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희망퇴직 등으로 자의반 타의반 창업하게 된 경우도 많으니 장년 이후 재취업은 어렵고 사업하며 진 빚으로 신용불량자라도 되면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이 더더욱 어렵다.
2020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 한국형 실업부조제도라고 하는 국민취업제도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 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취업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데, 2020년 기준중위소득은 월 기준 △1인 가구 176만원 △2인 가구 299만원 △3인 가구 387만원 △4인 가구 475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런데 휴업 상태에 있는 자영업자가 4인 가구 소득 합계 475만원의 50%를 초과한 경우라도 소득 기준점은 당해 연도가 아닌 전년도이므로 현재 실제 소득은 50% 미만일 수 있다. 급작스러운 코로나19로 난국에 처한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이 강구될 것으로 본다.
창업으로 성공하는 기업이 몇 개나 될까. 실패 경험이 재창업의 양분이 되고 그로 인해 창업 생존율이 높아지고 영세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이 중견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성실히 기업활동을 했음에도 폐업에 이른 경우 재창업 전까지 실업부조 성격의 폐업 급여 또는 재도전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 및 영세 사업주가 사업 실패 후에도 다시 재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안전망이 설계되면 그로 인한 일자리 창출, 사회보험 납부자 증가에 따른 세수 확보 등으로 결과적으로는 국가의 재정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까.
홍수경 < 더원인사노무컨설팅 강남사무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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