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틈만 나면 지인과 거래처 명의로 자녀 B의 계좌로 무통장 입금을 했다. 이런 식으로 수십 차례 우회입금을 통해 직업도 없는 B는 수십억의 현금부자가 됐다. B는 그 돈으로 여러 개의 상가 등을 취득해 '건물주'가 됐다.
한옥 주택 같은 다른 건물을 살 때까지 이런 마법은 통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 관계기관 합동조사에서 덜미가 잡혔다. 부동산 취득 자금을 변칙으로 증여한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A씨에 대해 증여세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A씨처럼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협의가 있는 51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발표했다.
국세청과 국토교통부 등 32개 기관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조사팀은 지난해 11월 1차 부동산 조사를 통해 532건의 탈세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 올 2월 2차에선 670건을 찾았고 이번 3차 조사에서 835건의 탈세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3차 조사 대상과 국세청 자체 검증 대상자 중 탈세 혐의가 짙은 517명을 선별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1·2차 조사는 서울 지역이 대상이었고, 3차 조사는 전체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했다.
3차 조사 결과를 유형별로 보면 변칙 거래로 세금을 내지 않은 탈세 의심자가 279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매입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편법증여 등의 혐의가 있는 고가 주택 취득자가 146명이었다. 다주택을 보유한 미성년자와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호화사치 생활자(60명), 법인 설립 및 자산 운용과정이 불투명한 소규모 부동산업 법인과 기획부동산업자(32명) 순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날로 지능화되는 변칙 탈루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자금출처분석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탈세 혐의자를 끝까지 추적해 과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국세청은 대표적인 부동산 탈세 사례를 유형별로 소개했다.
1. 현금매출 통해 거액 증여받아 고가 아파트 취득
◈한의사가 신고소득 대비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여 조사한 결과, 한의원 현금 매출을 ATM 기기를 이용, 수십 개의 개인계좌에 분산 입금하여 신고를 누락하고 부친으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증여 받은 사실을 확인하여 증여세 및 소득세 추징, 현금영수증 과태료 부과
2. 보유세 중과 피하기 위해 모친 명의로 고가 아파트 매입
◈소득이 일정치 않은 50대가 자녀로부터 거액을 차입한 후 고가아파트를 취득하여 조사한 결과, 다주택자인 자녀가 보유세 중과 회피를 목적으로 모친 명의를 빌려 부동산 취득 등기한 사실을 파악하고 부동산 실명법 위반 혐의로 관계기관 통보
3. 법인 경비 부풀린 자금으로 고가 아파트 취득
◈서비스업 법인을 운영하는 30대가 신고 소득 대비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하여 조사한 결과, 거액의 법인자금을 부당 유출하고 가공인건비를 계상하여 법인세를 탈루하였으며 모친으로부터 아파트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사실을 확인하여 법인세 및 증여세 추징
4. 자녀와 공동명의 등기를 통해 고액 부동산 편법 증여
◈건설업자인 부친이 토지를 매입하여 오피스텔을 신축하면서, 건물을 연소자인 자녀와 공동명의(50%)로 소유권보존 등기하는 방법으로 자녀에게 고액 부동산 지분을 편법 증여하여 증여세 추징
5. 타인 명의로 무통장 입금 통해 자녀에게 편법 증여
◈임대업자가 임대료 수익 등을 현금으로 관리하면서 무통장 입금, 지인 계좌를 통한 우회 입금 등 방식으로 연소자인 자녀에게 편법 증여하여 증여세 추징
6. 임대법인이 자금 누락해 자금 부당유출
◈다세대 주택 수십채를 임대하는 법인이 임대 수입금액을 신고 누락하고, 사주가 가공경비 계상을 통해 법인 자금을 부당 유출하여 사적 사용한 것에 대해 법인세 및 소득세 추징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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