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LG 벨벳…'물방울'로 LG폰 눈물방울 닦을까

입력 2020-05-07 10:53   수정 2020-05-07 10:58


LG전자 스마트폰 야심작 'LG 벨벳'이 완전히 베일을 벗었다. 스마트폰 적자 행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플래그십(전략) 라인업 네이밍 전면 개편 강수 끝에 나온 LG 벨벳이 과거 '초콜릿폰'처럼 LG 폰 부흥기를 재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LG전자는 7일 LG 벨벳 공개행사를 진행했다. 디자인에 강점을 지닌 제품인 만큼 공개행사도 온라인 패션쇼 콘셉트로 열었다. 패션 모델들이 한혜연 스타일리스트가 연출한 LG 벨벳의 글로시한 색상 4종과 디자인에 어울리는 의상을 입고 LG 벨벳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런웨이 후에는 유튜버 '영국남자', '디에이트' 등이 출연해 LG 벨벳을 알렸다.

LG 벨벳은 8년 만에 기존 플래그십 'G' 시리즈 브랜드를 없애고 나온 첫 제품이다. '알파벳+숫자'의 획일적 스마트폰 네이밍 체계에서 벗어나, 이름에서부터 제품 특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고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LG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V' 시리즈 역시 올 초 북미 등에 'LG V60 씽큐 5G'가 출시됐지만 차기작부터는 네이밍을 바꾼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제품이라 LG전자 내부에서도 LG 벨벳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후문이다.

LG전자는 LG 벨벳을 '매스(대중) 프리미엄' 폰이라고 소개한다. 플래그십에 준하는 성능을 갖춘 기기임에도 합리적 가격대로 책정해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LG 벨벳의 출고가는 89만9800원. 보통 100만원 중반대로 책정되는 프리미엄 플래그십과 50만원대인 보급형 기기의 중간 가격대인 셈이다.

그럼에도 다소 비싼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LG전자는 이례적으로 출시 전부터 가격을 절반 깎을 수 있는 프로모션을 스스로 알렸다. 이동통신3사와의 협업을 통해 2년 후 반납 및 추후 LG 스마트폰 구매 조건으로 50%를 깎아주기로 했다. 여기에 약정할인까지 들어가면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기기 값은 무료에 가까워진다.


가격은 낮췄지만 스펙은 플래그십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스냅드래곤 765 5G'를 채택됐다. 퀄컴이 7나노 공정을 활용해 최초로 AP와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을 하나로 합친 칩셋이다. 최신형은 아니지만 통합칩을 써 대화면에도 슬림하고 가벼운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 벨벳 화면은 6.8인치, 너비는 74.1mm에 불과하다.

LG는 벨벳에 자사 강점인 음향 기술도 접목했다. '스테레오 스피커'와 '인공지능(AI) 사운드'를 지원해 영상 시청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스테레오 스피커는 사용자가 영상·게임 콘텐츠를 즐길 때 좌우 음량 밸런스를 맞춰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AI 사운드는 재생 중인 콘텐츠를 자동 분석해 최적 오디오 음질을 맞춰준다. 시끄러운 현장에 있는 리포터의 목소리가 이 기능을 통해 보다 또렷하게 들리는 식이다. 최근 출시 폰 중엔 이례적으로 3.5mm 이어폰 잭도 살렸다. 다만 고음질 오디오칩인 쿼드덱(DAC)이 빠졌다는 점은 아쉽다.

전력 효율도 좋은 편이다. 4300mAh(밀리암페어시) 대용량 배터리를 갖췄고 저전력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무선 충전도 가능하다. 램은 8GB(기가바이트), 저장공간은 128GB에 마이크로SD를 탑재할 수 있어 2TB(테라바이트)까지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이외에도 △2개의 고성능 마이크의 감도가 극대화돼 생생한 소리를 담는 'ASMR 레코딩' △촬영 영상을 압축해 담는 '타임랩스' △구글 어시스턴트 △IP68 방수방진 △LG페이 △FM라디오 △HDR10 지원 기능을 갖췄다. 'LG 듀얼스크린'과 '스타일러스 펜' 등 전용 액세서리를 별도 지원한다.

무엇보다 LG 벨벳의 눈에 띄는 강점은 디자인이다. LG 벨벳 후면 카메라는 렌즈 3개와 플래시 형태가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과 비슷해 '물방울 카메라'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그간 가로로 배치하던 후면 카메라 렌즈와 플래시를 세로 방향으로 배열했다.


물방울 카메라는 각각 4800만 화소 메인·800만 초광각·500만 심도 카메라로 구성됐다. 저조도 환경에선 4개 화소를 하나로 묶어 촬영하는 '쿼드비닝' 기술이 적용되며 동영상 촬영시에는 배경 소음과 목소리를 구분해 조절할 수 있는 '보이스 아웃포커스' 기능도 적용됐다. 전면 카메라는 1600만 화소다. OIS(광학식손떨림방지) 기능는 없지만 EIS(전자식)과 '스태디캠'을 넣어 흔들림 없는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LG 스마트폰에 처음 적용된 '3D 아크 디자인'도 포인트. 삼성전자 갤럭시의 '엣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LG 벨벳은 전면 디스플레이 좌우 끝과 후면 커버를 동일한 각도로 완만하게 구부려 하단에서 보면 가로로 긴 타원형 모양이다. 손과 밀착되는 접촉면이 넓어져 착 감기는 '손맛'을 제공한다고 LG전자 측은 설명했다. 제품 테두리에 적용된 메탈 재질과 함께 완만한 뿔(Horn) 형태를 갖춘 모서리는 고급스럽고 균형 잡힌 디자인으로 안정감을 준다.

LG 벨벳에 큰 기대와 함께 자신감을 내비친 LG전자지만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A31, A51 5G를 동시 출격했고 애플은 전날 아이폰SE를 출시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단 LG 벨벳은 보급형 기기가 아닌 매스 프리미엄 폰인만큼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게 LG전자 측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츰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며 곧 '보복적 소비'가 시작될 타이밍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제조사들이 중저가 폰 출시가 몰리는 가운데 오히려 플래그십을 찾는 소비자 수요를 LG 벨벳이 가져올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 벨벳은 오는 15일부터 이동통신3사와 오픈마켓, LG베스트샵 등 자급제 채널을 통해 출시된다. 이에 앞서 8~14일에는 사전예약이 실시된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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