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뿐 아니라 의류도 배송 경쟁이 뜨겁다. 오전 주문 건을 당일에 받아보는 '오늘 출발'부터 밤 사이 주문한 옷을 그 날 받아보는 '총알배송'까지 다양한 이름의 배송 서비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옷은 식품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은 아니지만 트렌디한 옷을 빨리 입고 싶어하는 1020세대를 겨냥한 '서비스'다.
○트렌드에 민감한 1020 겨냥
가장 먼저 총알 배송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10대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여성복 앱(응용프로그램)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10대 여성들은 배송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데 착안했다. '브랜디'가 지난해 3월 '오늘 출발' 서비스를 도입했고 '소녀나라', '육육걸즈' 등 1020 여성을 겨냥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브랜디가 도입한 오늘 출발은 당일 오후 2시 이전에 주문한 옷을 그 날 발송해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브랜디는 2년 전 서울 성수동에 약 1983㎡(약 600평) 규모의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사입한 옷을 당일에 안정적으로 배송시키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브랜디측은 "매일 평균 3만5000건의 배송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녀나라와 육육걸즈 등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당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녀나라는 오후 9시까지 주문한 옷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번개배송'을 운영 중이다. 66사이즈를 위한 쇼핑몰 육육걸즈도 오후 12시까지 주문한 옷을 당일 출고하고 있다.
○안정적 물류시스템이 핵심
빠른 배송을 위해선 무엇보다 대형 물류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어떤 옷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이를 빠르게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동복 브랜드 '모이몰른' '컬리수', 캐주얼 브랜드 'TBJ' '앤듀', 청바지 브랜드 '버커루' 등을 운영하는 한세엠케이가 올 3월 말 '총알배송'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물류시스템 덕분이다. 이 회사의 총알배송은 밤 12시부터 오전 10시 사이에 주문한 옷을 그 날 발송하는 서비스다. 한세엠케이가 자체 물류센터를 갖추는 한편 2014년부턴 패션업계에서 처음으로 전자부착태그(RFID)를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옷의 이동 경로를 명확히 파악하고 재고 수량도 정확하게 알아야 당일 배송을 할 수 있어서다.
한세엠케이가 RFID를 도입한 뒤 효율성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옷의 검수시간이 평균 180초 걸렸지만 RFID 도입 이후엔 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녀나라도 서울 구로에 5950㎡(약 18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갖추고 전체 과정의 80%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연령대가 확장됐고 그에 맞춰 빠른 배송 서비스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 전문 쇼핑몰 W컨셉은 지난해 프로모션 차원에서 '오늘 배송'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W컨셉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 때만 서비스 차원에서 오늘 배송을 시행해보고 있다"며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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