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경제가 휘청이면서 헤알화 가치가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위축된 데다 원유 수출가격도 폭락한 영향이다. 사상 최저점까지 떨어진 헤알화는 물론 브라질 국채를 저가매수 차원에서 매입을 저울질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브라질 경제의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단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브라질 외환시장에서 6일(현지시간)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5.704헤알에 마감했다. 헤알화 환율은 올 들어 42.1% 뛰었다.1994년 7월 ‘헤알 플랜’이 도입된 이후 최고가다. 헤알 플랜은 인플레이션을 억젝하기 위해 브라질 정부가 미국 달러화와 교환 비율을 1 대 1로 묶는 고정환율제를 바탕으로 헤알화를 새 통화로 도입한 정책이다.
헤알화 가치가 폭락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원유와 철광석 등의 글로벌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경제가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야권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것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같은 리스크를 고려해 최근 브라질의 올해 성장률을 종전 2.2%에서 -5.3%로 수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5일 브라질의 신용등급(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수정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기준금리를 연 3.75%에서 연 3%로 0.7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국채도 금리도 내렸다. 10년 만기 브라질국채는 6일 기준 연 7.628%로 전날에 비해 0.043%포인트 내렸다.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가격(국채금리 하락)도 뛰자 브라질 채권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브라질 채권의 경우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브라질 금리와 환율 출렁임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단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잔자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 경기회복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헤알화 가치 반등이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채권 투자에도 보수적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알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브라질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3500억달러에 달하지만 지난 3월 환율 방어를 위해 313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소진했다"며 "자본유출이 심화되면서 헤알화 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