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산행 즐기기

입력 2020-05-07 17:34   수정 2020-05-08 00:04

40대까지는 정말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등산하고, 50대에 이르면 너도나도 다 등산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내 경우가 바로 그렇다. 50줄에 들어서면서 비만 탈출이라는 실질적인 목적으로 다른 친구들에게 휩쓸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20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상당수의 친구가 산행 대열에서 이탈했지만 나는 아직도 한 해 50회 이상의 산행을 계속하고 있다.

인간은 태초부터 걸으면서 진화해 왔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적정량을 걷지 않으면 병이 생기기 쉽고 두 발, 때로는 네 발을 활용하는 산행을 하면 할수록 우리를 진화 초기의 원형으로 돌아가게 해 저절로 몸과 마음의 균형이 잡힌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라도 등산을 갔다 오면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고,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도 산행을 하면 이를 정리하고 맑은 마음으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특히 평생 탁상업무에 종사해온 나는 육체적 활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등산이야말로 흔히 말하는 걷는 재주와 숨쉬기 능력만 있으면 손쉽게 시작할 수 있고, 조금씩 하다 보면 육체적 운동은 물론 나 자신이 정신적, 정서적으로도 고양되는 값진 체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등산은 또 혼자서도 충분히 즐기며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상대와 서로 경쟁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나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귀한 체험과 같다. 한참 멀리 보이는 봉우리를 지표 삼아 나의 페이스를 지키며 계속 걷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올라서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그렇다고 혼자 하는 산행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음 통하는 친구들과 오르면 더욱더 즐거움은 배가될 수 있다. 골프나 축구처럼 일정 수 이상 인원이 모여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산행은 둘이서 혹은 셋이서라도 사정 맞는 친구들끼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데 그 매력이 있다.

근래 나의 산행에서 가장 자주 함께하는 동반자는 아내다. 같이 산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부부 단둘만의 시간을 확보해 함께 즐기며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함께 산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소망한 기회가 만들어진다. 부부가 함께 산행하기를 원하는 분에게 조언 한마디를 하자면, 산행을 잘하는 사람이 항상 상대방을 받쳐주고 피로를 느낀 쪽에서 휴식을 원하면 언제라도 함께 쉬다가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이건 한평생을 해로해야 할 부부간에 견지해야 할 삶의 자세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자, 여전히 생활 속 거리두기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이번 주말, 다 함께 산을 오르자. 단순히 산을 걸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산을 느끼고 동화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쉬 종식되지 않을 것 같다. 산행은 ‘코로나 블루’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선택지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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