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기자] 내가 본 착한 사람들은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이 사회의 일원으로 남을지, 어떤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감춰야 할지 끊임없이 신경 쓰고 사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그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불안감의 정체는 타인이 아닌 자신만의 ‘눈치’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남과 다른 자신을 철저히 밀어내고 묵묵히 살아온 그들이었다.
‘메킷레인(MKIT RAIN)’은 곧이곧대로 착한 모습을 거부한다. 메킷레인 레코즈 멤버 루피, 나플라, 오왼은 그만큼 솔직했다. “너무 착한 마인드에서 오는 소심함이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것 같다.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힘들다”라고 말한 루피의 모습은 그 의견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들이 두드리는 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 속 어두운 ‘프레임(Frame)’이었다. 명확한 진실을 갈구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화보 촬영 현장에서 만난 메킷레인은 당당하면서도 독립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친한 형 동생이 모인 레이블인 만큼 이태원 거리 곳곳을 자연스럽게 누비는 그들이다. 어떤 공간을 지나가도 자신들만의 ‘그라피티’로 개성 있게 소화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메킷레인이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그리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Q. bnt와 화보 촬영 소감
나플라: 무엇보다도 촬영이 신속하게 끝나서 기쁘다. 화보에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 드러난 것 같아서 좋았다.
오왼: 사실 나는 화보 촬영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그때마다 그냥 논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재밌게 보냈다.
루피: 동생들과 함께해서 좋았다. 이전에도 우리 셋이서 촬영한 적이 몇 번 있는데 또 한 번 촬영하게 돼 기쁘다. 때마침 날씨도 좋더라(웃음).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는
나플라: 중국집에서 촬영한 콘셉트가 Loopy & Nafla의 ‘Flex’ 뮤직비디오와 이미지가 비슷하더라. 그런 부분이 잘 어우러져서 재밌었다.
오왼: 평소에도 이태원을 자주 다녀서 이곳에서 촬영했다는 것 자체가 편했다.
루피: 나는 첫 번째 콘셉트 중 유리창에서 세 명이 찍는 구도. 그런 구도로는 평소에도 잘 안 찍지 않나. 마치 청춘 드라마의 한 부분 같아서 좋았다.
나플라: 맞다. 독립 영화제 후보에 오른 작품 느낌(웃음).
Q. 메킷레인은 2018년 ‘Public Enemy’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했다. 새로운 앨범 발매에 대한 계획은
나플라: 세계적으로 사태가 힘든 만큼 해외로 나가기도 어려워지지 않았나. 그래서 새로운 싱글 계획은 조금 미루어 놓았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하고 싶기는 하다. 시기상으로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오왼: 이하동문이다.
루피: 당연히 낼 것이다. 이전에 앨범 발매에 대해서는 의견이 이미 정해졌다. 근데 그걸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아직 안 정해진 거고. 일단 내 ‘NO FEAR’ 앨범 활동이 최근에 끝나서 다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Q. 메킷레인은 2016년 루피가 ‘42크루’ 멤버 블루와 나플라와 함께 설립한 레이블이다. 설립 당시 어떤 가치관으로 만들었고 멤버들을 받아들였는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더라
루피: 일단 우리가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를 주로 하고 있고 그것의 기원이 미국에 있다면 ‘오리진(Origin)’에 가까운 음악을 표현하자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었다. 멤버들을 영입하는 기준 자체가 없었던 이유는 그냥 이전부터 함께 존재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뽑자’ 이런 체계가 아니라 동네에서 놀던 친구들이 다 같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 왼이 같은 경우는 뒤늦게 우리를 찾아오긴 했지만 애가 음악을 잘하는 걸 보기 이전에 이미 친구가 되어 있었다. 다 같이 활동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고 순서가 있었던 것뿐이다.
나플라: 오왼 형과는 설립 전부터 이미 마음을 정하고 있었지만 영입한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내야 이슈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루피 형이 나를 뽑은 이유는 그냥 내가 잘해서 뽑았다고 들었다(웃음).
Q. 오왼은 메킷레인 레코즈를 들어가기 위해 직접 LA로 찾아갔다고 들었다. 이런 설립 배경을 모르는 팬들은 본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설득하러 찾아갔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루피: 맞다. 그렇게 비칠 수도 있겠다.
오왼: 근데 거절도 도전해봐야 당하는지 안 당하는지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일단 LA를 직접 찾아가 본 거다.
Q. 그러면 오왼이 LA에 찾아가서 가장 먼저 한 건
루피: 우리에게 선물을 줬다. 모자랑 티셔츠(웃음).
오왼: 맞다. 그때 당시에 루피, 나플라의 크루가 있었는데 그 크루의 행보를 관심 있게 봐왔다. 당시 내 주변에 의류 쪽으로 활동하던 형들이 있었다. 루피, 나플라를 칭찬하면서 들고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는 김에 선물하게 된 거다.
루피: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왼은 오왼만의 비전이 있었다. 우리는 우리들만의 비전이 있었고. 이 친구는 비전을 들고 찾아왔지만 우리와 연관되지는 않았다. 이후에 대화를 통해서 왼이가 ‘그 비전 괜찮다. 나도 같이 할 수 있나’라고 물어보면서 합류하게 된 거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어떤 목적성을 통해 찾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왼: 사실 그때만 해도 ‘메킷레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했고 그냥 동네 크루의 모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찾아갔던 게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었는데 마지막에 찾아갔을 당시에 그 얘기가 나온 거다. 그 때 비전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된 거고.
나플라: 그때는 이름도 완전히 안 만들어졌을 때다(웃음).
Q. 루피, 나플라는 그 만남에서 오왼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나플라: 진짜 잘생겼다. 그거 하나.
오왼: 아니다. 실력으로 뽑은 거다(웃음).
나플라: 우리 레코즈는 얼굴 본다(웃음).
루피: 근데 ‘랩을 잘한다’라는 말은 사실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 잘 안 하게 된다. 그건 당연한 거니까. 근데 잘생겼다는 말은 계속하게 되더라.
Q. 오왼은 잘생겼다는 말을 계속 들으면 기분이 어떤지
나플라: 일단 절대 아니라고는 안 한다(웃음).
루피: 저번에 잘 생겼다고 칭찬해준 소녀 팬한테 1시간 가까이 설교하지 않았나. 자기의 음악을 들어달라고(웃음).
오왼: 그때는 지금보다 고집이 더 셌다. 내가 하는 게 음악이니까 외모에 음악이 가려지는 게 싫었다.
나플라: 나는 엄청나게 가려지고 싶다(웃음).
오왼: 외모가 다른 누군가에게 ‘어트랙션(Attraction)’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좋은 건 나도 안다. 내가 이렇게 태어났으니까 당연히 알지 않겠나. 굳이 아는 걸 계속 상기시켜줄 필요 없다. 그냥 내 음악을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큰 거다. 우리 엄마가 나를 낳아주셨을 때부터 매일 말해주셨다. 물론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을 가장 예쁘다고 말하지만 나는 누가 뭐래도 가슴 속에는 ‘우리 엄마 앞에서는 내가 제일 멋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산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도 자존감에 있어서는 한 번도 나 자신을 의심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엄마한테 들어온 말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Q. 나플라는 최근 정규 앨범 2집 ‘u n u’를 통해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그려냈다고 들었는데 무대 위 화려한 나플라의 모습이랑은 사뭇 다른 것 같다.
나플라: 처음에는 화려한 것들이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가 느끼는 무드에 따라 곡의 성향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최근엔 공연을 잘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두 가지 상반된 내 모습이 리스너 입장에서 헷갈릴 것 같긴 하더라. 음반을 내며 많이 고민했다.
Q. 그러면 이번 ‘u n u’에서 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나플라: 후디 씨랑 함께 작업한 ‘러브미(love me)’라는 곡. 이 곡을 통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Q. 오왼은 최근 더블 싱글 앨범 ‘너에게’를 발매했다. 서정적인 가사의 ‘고해’, ‘위해’로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어떤 모습을 그리워하며 만들게 되었는지
오왼: 내가 차이고 난 후에 쓰게 됐다. 거의 4개월 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술도 많이 마시고 되찾으려고 물리적인 시도도 많이 했지만 잘 안되더라. 그런 과정에서 쓴 곡이다.
Q. 그러면 ‘너에게’ 앨범 커버 속 장문의 메시지는 본인의 모습을 어느 정도 투영한 건가
오왼: 그렇다. 지나갔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사귄 적이 많지 않다. ‘애가 너무 좋다’라고 생각하면서 연애를 시작한 경우는 별로 없던 것 같다. 그 커버 이미지 자체가 사실 미련 넘치고 구질구질하다. 물론 그 메시지를 처음부터 커버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보낸 건 아니다. 그걸 보낸 게 아마 앨범 발매일 기준 한 달 전 정도인데 ‘읽씹’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봤다. 근데 그 ‘1’이 절대 안 없어지더라.
루피: 정말? 읽지도 않았나? 아직도 메시지에 ‘1’ 표시가 있는 건가(웃음).
오왼: 맞다. 그 모습을 그냥 캡처해서 커버 이미지로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플라: ‘Real MC’다(웃음).
Q. 루피는 4월에 첫 정규앨범인 ‘NO FEAR’을 발매했다. ‘TUESDAY’, ‘GO! SHOPPING!’, ‘돈의 맛(MONEY TASTE)’ 등 트렌디하고 철학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자신에게 이 앨범이 주는 의미
루피: 내가 냈던 프로젝트 중에 그래도 만족도가 어느 정도 있는 앨범이다. 이전에는 ‘아 만족이 안 된다’라고 생각했다면 이번 앨범은 ‘너무 만족해’까지는 아니지만 적절한 만족감을 갖고 있다. 나한테는 그게 정말 중요한 의미다. 계속해서 내가 해오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했고 이번에는 평가가 어떻든 자기 만족감이 생겼다. 거기서 끝난 거다. 나에게는.
Q. 최근 메킷레인 모두 ‘메킷원(MKIT WON)’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 중이다. ‘악플 읽기’, ‘클라이밍’ 등 이색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는데 어떻게 갖추게 되었나
루피: 사실 우리들의 음악과 공연, 뮤직비디오 이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이전부터 있었다. 예전에도 이런 걸 비슷한 걸 진행한 적 있지만 이번에는 유튜브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팀과 함께 협업하게 되었다. 조금 더 다양하고 완성도 있는 콘텐츠가 된 느낌. 방송 콘텐츠가 재밌기보다는 그냥 우리들이 출연해서 재밌는 게 아닐까(웃음)?
Q. 그렇다면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루피: 왼이가 소개팅을 엄청 하고 싶어한다. 저번에 플라가 아바타 소개팅으로 메킷레인 멤버 블루를 조종했다. 그런 것처럼 이번엔 왼이가 당할 수도 있다(웃음). 조종하는 모습도 무척 기대하는 중이다.
나플라: 먹고 살기 힘들다.
오왼: 나는 너무 좋은데(웃음).
Q. 각자의 이상형은
오왼: 친구 같은 사람. 또 다른 표현으로 독립적이고 ‘아웃도어 액티비티(Outdoor Activities)’를 많이 하는 사람이 좋다. 문밖으로 나가서 많이 돌아다니고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그런 사람. 마지막으로 본인이 무얼 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플라: 홀리는 듯한 눈을 좋아한다.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섹시미가 가득 찬 눈빛.
오왼: 정말 눈빛만 섹시한 걸 원하는 게 맞나(웃음)?
나플라: 그렇다. 눈빛이 주는 매력이 정말로 크다. 성격적으로는 왼이형이 말한 것과 맞는 부분이 있다. 유머 코드가 잘 맞고 독립적인 성향의 여자를 좋아한다. ‘나 이거 하느라 바빠서 못 만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멋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가 될 것 같다.
루피: 이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마미(Mommy)’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나를 잘 챙겨주고 이런 것보다 ‘마미’의 이미지 자체가 굉장히 강하지 않나. 그런 강함이 좋다. 한 손으로 아기를 안고 한 손으로 유모차 몰고 가는 그런 스타일의 에너지라고 해야 할까. 왜냐하면 여성스럽고 소녀적인 여성분들을 주로 보다가 미국에 갔더니 자기가 차 고치고 산악자전거 타는 여성분들을 많이 접하게 됐다. 그런 것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물론 이게 해석이 잘 되어야겠지만(웃음). 그리고 이성적인 사람도 좋아한다. 논리를 통해 같은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그런 사람. 내가 이성적인 사람인 만큼 서로의 밸런스가 잘 맞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
Q. 루피는 Mnet ‘쇼미더머니 트리플 세븐’에서 우승한 나플라의 차 쉐보레를 받았다고 들었다. 최근에도 잘 타고 다니는지 궁금하다.
루피: 물론이다. 아주 잘 타고 있다. 사운드가 정말 좋다. 일주일에 4번 이상은 드라이브 한다. 특히 파주랑 한강에 자주 드라이브한다. 파주는 조용하고 한적해서 달리기 좋더라. 밤이나 새벽에는 한강 분위기가 편하다.
나플라: 저번에는 방향 지시등 켜놓고 스케줄 간 적도 있다(웃음).
Q. 나플라는 대표곡 ‘Wu’를 통해 엄청난 랩 네임으로 주목받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주목받는 게 일상이 되었지 않나. ‘왕좌’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있다면
나플라: 나는 그냥 그런 것에 대해 최대한 신경 안 쓰려는 성향이 있다. 이슈는 한 번에 뜬 만큼 한 번에 사그라지는 것이다. 언젠가 사그라질 이슈에 대해 덤덤해지고 자기 자신한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연연하게 되면 부담이 된다. 혼자만의 세상을 사는 게 비결이라고 해야할까(웃음).
Q. ‘나플라’라는 이름만으로 힙합 씬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다. 아티스트로서의 목표, 혹은 삶의 목표가 정해져 있나
나플라: 아티스트로서의 목표가 내 삶의 목표와 같다.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마주하면서 최대한 편한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안주하지 않고 그 공간을 넓혀가고 싶다. 지금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벌어서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먹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그러면 아마 새로운 음악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고대한다.
Q. 루피는 최근 코드 쿤스트의 ‘Set me free’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쇼미더머니 때도 그렇고 둘의 조합을 이상적으로 보는 팬들이 많더라.
루피: 본인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갖고 있지 않은 프로듀서들이 매우 많다. 그런 분들과 작업하게 되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그림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아니면 그분들이 내가 좋아할 만한 그림을 보여주면서 작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코드 쿤스트는 그 반대다. 일단 나보다 음악에 있어서 선배니까 아트 세계가 계속 있었고 내가 그것을 이해하는 것 먼저인 것이다. 그 이후엔 내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가령 코드 쿤스트가 ‘프라다’ 관련된 패션쇼 행사를 열었다면 드레스 코드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건 큰 차이가 있지 않나. 코드 쿤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알았고 거기에 무엇을 얹으면 잘 어울릴지 너무 쉽게 보였다.
쇼미더머니 때 코드 쿤스트 팀을 선택하면서 플라와도 그런 얘기를 나눴다. 코드 쿤스트의 색깔이 뚜렷하기 때문에 한 곡은 명곡을 만들 거라고. 그다음 스테이지, 그다음 스테이지에 가게 됐을 때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곡은 코드 쿤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내가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Save’였다. 그 비트가 오자마자 ‘이런 게 올 것 같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친구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고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Q. Mnet ‘쇼미더머니’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루피와 나플라는 결승에 오르고 오왼 또한 실력자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었다. 쇼미더머니가 자신에게 주는 의미와 영향이 있다면
나플라: 사실 이 질문을 쇼미더머니 방송이 끝난 직후 2년 동안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이게 바로 그 의미인 것 같다. 쇼미더머니가 없었다면 이 질문도 없었을 것이고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돈도 많이 벌었고 좋은 영향을 받은 건 확실히 있다.
오왼: 사실 예전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TV에 나오는 연예인과 안 나오는 연예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홍대 병’처럼 그런 선입견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언더그라운드 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위의 단계가 대중 앞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오디션을 3번 참가하고 안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이거 이 정도면 할 수 있어’라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는 곳이었다. 그 많은 카메라들, 방송, 대중 앞에서 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그때마다 이걸 넘어야 다음 레벨로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텨냈다.
나플라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편안한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는 개념으로 이런 걸 배운 것 같다. 실질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면 얻을 수 있는 건 돈과 명예, 많은 팬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TV 한번 나오면 다르게 보니까. 근데 TV를 나온 후에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더 레벨 업되었다고 생각한다. 방송에 참여할 때는 계속 기다려야 하고 짜증 났지만 끝나고 나면 좋았던 모습만 기억난다. 성장할 수 있었다.
루피: 두 사람의 의견 모두 공감한다. 쇼미더머니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인서울 대학교’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건 조금 비정상적인 인프라이긴 하지만 그곳을 나오면 인정을 받게 된다. 나의 능력이나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검증’인 거다. ‘나 인서울 대학교 나왔어’ 이러면 ‘그래, 네가 그렇게 영어를 잘해?’, ‘수학을 잘해?’ 이렇게 관심 있는 게 아니라 ‘인서울이면 된 거지’라고 평하는 것처럼. 또 이렇게 표현하게 되는 이유는 짧은 순간에 엄청나게 성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를 ‘멋이 없어서’ 안 나오겠다는 말은 존중한다. 하지만 이걸 쉽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참가해보고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대 쉽지 않고 또 다른 능력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단순히 음악을 잘 쓰고 랩을 잘하는 것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곳을 나오게 되면 학교를 졸업한 것처럼 내공과 타이틀이 쌓이게 되는 거다.
나플라: 나는 그래서 ‘수능’이라고 말하고 다닌다(웃음).
Q. 루피, 나플라는 가장 강력한 우승 경쟁자였던 서로와 ‘Loopy & Nafla’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둘의 어떤 음악적 부분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나플라: 서로가 생각하는 결이 달랐다면 애초부터 메킷레인에 함께 속해있지 않았을 거다. 우리 메킷레인은 자기 고집은 세지만 서로의 음악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루피: 음악에 대한 능력이 좋은 거다. 예를 들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이 있다면 플라가 이걸 듣고 할 수 있지만 안 할 뿐이다. 이걸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저건 루피 형이 좋아하니까 루피 형에게 맡기고 나는 다른 걸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근데 같이 작업을 하면 ‘루피 형이 좋아하는 건데 나도 할 수 있으니까 같이 해야겠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거다. 내가 곡을 썼을 때 이건 왼이에게 어울리는 곡인지, 아니면 플라에게 어울리는 곡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더욱더 그렇고. 나는 그래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넘어서 각자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플라: 듣는 음악이 비슷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취향적인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
Q. 메킷레인만의 강점을 한 단어씩 말하자면
나플라: ‘미국물’. 우리가 미국에서 와서 다른 점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조금 더 확고하게 보여주자는 것.
오왼: ‘다채로움’. 한국 힙합 레이블이 많은 만큼 레이블마다 띠고 있는 색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의 멤버들을 보면 회사가 가진 색에 걸맞은 음악들을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회사가 빨간색을 갖고 있다면 그 안의 멤버도 빨간색의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등 다양한 색을 보유하고 있다. 서로가 필요할 때마다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꾼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강점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환경, 문화적 배경, 다른 햇빛과 공기를 맡고 살아왔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이 장착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이나 음악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몇 없는 솔직한 레이블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솔직함’ 파트에서 총대를 맡고 있긴 하지만(웃음). 그런 게 우리의 강점이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돌이 아닌 래퍼지 않나. ‘플렉시블(Flexible)’한 게 우리의 무기인 것 같다.
루피: 원래는 ‘메타포(Metaphor)’로서 이중국적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진짜 이중국적을 갖지는 않았지만 양쪽의 문화를 경험했고 그것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나플라가 말한 내용이고 내가 또 하나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끼리 바닥에서 올라왔다는 것’. 이게 힙합에서 ‘클리셰(Cliché)’에 가까운 의미다. 우리들은 진짜 우리끼리 바닥부터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을 내려야 했고 명확한 답이나 길잡이들이 없었다. 다름 아닌 우리들이 고민하며 결정하고 결과를 끌어온 것이다.
많은 한국의 어린 친구들이 이제는 스스로 이뤄내는 것이 흔해졌지만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어느 회사를 들어가야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는 ‘친구들끼리 만들어서 우리들의 길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전혀 쉽지 않은 여정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철저히 생존하는 법을 고민하고 해야만 했다. 거기서 창의성도 나온 거고. 그것이 우리들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Q. 셋 모두 미국에서 생활했다. 한국과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다르지 않나. 이런 부분은 마주하기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나플라: 솔직히 ‘꼰대 문화’ 이런 건 힘들지 않다. 그런 것보다 날씨나 미세먼지, 지붕의 크기 같은 부분이 신경 쓰인다. 내가 살았던 곳보다 너무 습할 때나 추울 때가 있다. 다행히 온돌이 있어서 고맙지만(웃음). 한국 최고의 자랑거리는 온돌이다. 그리고 천장의 불빛도 보면 하얀 조명으로 화사하게 통일되어 있지만 미국은 노란 빛의 조명도 있지 않나. 그래서 처음엔 답답한 게 컸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강을 처음 가고 뻥 뚫린 기분이었는데 바로 앞에 빌딩이 있는 거다. 그때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자연 냄새를 맡아보려 했는데 치킨 냄새도 나고(웃음). 사람들과의 성향 차는 이해할 수 있지만 기후 문제는 내가 어쩔 수 없지 않나. ‘불쾌지수’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뉴스에서 알려주는 만큼 짜증 나는 치수인 건 확실하다.
오왼: 어디를 가나 짜증 나거나 불편한 건 생길 수 있다. 그게 내 방식에 부딪히냐에 따라 상호작용이 달라지는 거다. 방식의 차이에 따라 불편한 점을 말하면 사실 한도 끝도 없이 말할 수 있다. ‘마인드 셋(MindSet)’이 제일 불편하다. 어렸을 때 미국에서 살다 와서 이상하게 자란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해 ‘이게 맞다’라고 배우고 살아갔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맞지 않다고 듣게 됐을 때 혼란스러웠다. 시기 질투도 많은 편인데 가뜩이나 좁다 보니 그런 행동이나 말들이 눈에 보인다. 너무 빨리빨리 직격탄으로 맞는 느낌. 나도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불편하다는 느낌을 들을 때가 있다. 물론 멋진 분들도 많아서 다 그런 건 아니다.
루피: 내가 이 직업을 갖지 않은 상태로 돌아왔다면 느끼지 않아도 될 것들이다. 그래서 이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이 나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계신다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악플 문화’가 너무 싫다. 한국어가 너무 뛰어난 언어다 보니 악플이 너무 고약하다. 고문 기술 중에 가장 최첨단 기술을 한국인들이 가진 것 같다. 한국어는 모든 게 욕이 될 수 있다는 느낌(웃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왼이가 말한 내용과 비슷한 느낌이다. 생각이 어느 하나의 작은 단위의 정답으로 귀결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다수가 생각하는 공통의 의견이 있다. 그리고 그것보다 조금 작은 단위의 생각, 그리고 개개인 한 명 한 명의 생각이 있는데 한 명의 생각이 철저히 외면되기보다는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느 사항이든 간에 최적화된 답이 있고 그 답 안에서 내가 어느 정도로 벗어나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의 ‘맥도날드’라면 ‘나는 패티 3장 넣고 치즈 2장 넣을게요’라고 주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그렇게 먹으려는 사람들의 요청이 계속 쌓이다 보니 기업에서 그렇게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한국의 맥도날드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그 말은 자기가 그렇게 먹고 싶지만 ‘맥도날드가 제공하는 지침이 이렇게 정해져 있으니 여기 안에서 선택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너무 착한 마인드에서 오는 소심함이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힘들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안 그러던 시간도 분명히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부분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Q. 각자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만큼 이력을 쌓아왔다. 가장 잘 놀았다고 생각한 무대는 언제인가
루피: 가장 즐거웠던 무대는 오히려 가장 못 했던 무대라고 생각한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잘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번 즐겁지는 않다. 좋은 퀄리티를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항상 긴장감이 있다. 언젠가 일본에 놀러 갔을 때 엄청 취한 채로 콘서트를 한 적 있다.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 진행을 해야 하는데 ‘아노’로 말을 꺼내고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데 말이 안 나오더라. 그런데 그게 가장 재밌어서 기억이 남는다. 돌이켜보니까 그만큼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에 재밌게 놀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때는 무대는 훌륭하게 했어도 ‘내가 재밌었나?’ 생각해보면 긴장했던 기억이 크다.
무대 위의 환경은 마치 그라운드 위 축구선수와 같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경기마다 긴장한다. 왜 그렇겠나. 무대는 스튜디오랑 다르게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목이 준비가 안 되어있으면 운동선수의 발목이 준비 안 되어 있는 것처럼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기 힘들다. 내가 잘하려고 해야 퀄리티가 올라가고, 잘하려고 해야 긴장감이 올라간다. 물론 긴장감이 아예 없으면 그건 최상의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너리즘과 나태함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렇다. 우리가 7번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것과 전날에 30분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것은 컨디션의 차이가 크다.
오왼: 멤버들 다 같이 공연했던 시간이 재밌었다. 근데 사실 개인적인 모습에 있어서 재밌었다고 생각한 무대는 아직 한 번도 없던 것 같다. 내가 항상 준비를 어느 정도 한다고 하면 그만큼 못 보여줬던 적이 많다. 100%를 보여주려면 120%를 준비해야 한다고 루피 형이 말해줬는데 그걸 넘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아직 무대 퍼포먼스 부분을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무대를 오르는 것이 분명히 즐겁긴 하지만 아직은 만족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레전드를 찍었다’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무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만족을 쉽게 못 하는 편이다. 스스로가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나플라: 생각을 해봤는데 나도 루피 형과 같이 갔던 일본 공연. 이유는 음질이 좋았다. 인에어의 음질, 목소리의 볼륨 밸런스, 무대 안 스피커의 빵빵함. 이 모든 게 적합한 환경에 놓이면 재밌게 놀 수 있다.
Q. 오왼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그냥 ‘화가 많은 래퍼’로 접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컨셔스 랩을 지향 하는만큼 고뇌에 깊은 가사가 돋보이는데 이런 모습도 본인의 실제 성격에서 비롯된 건가
오왼: 그렇다. 이런 모습도 나의 성격 중에 한 부분이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장르에 대한 관심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너무 한 부분에 치중하게 되면 그것 때문에 혼자 스트레스받고 고뇌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 온전히 나에게 쌓이더라. 사실 ‘뜨거운 감자가 또 뜨거운 감자 짓 했네’ 이런 말을 듣게 되니까 나 스스로가 너무 힘들었다. 내 안의 것을 평온하게 비우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붐뱁도 이제는 너무 컨셔스한 랩으로 안 가려고 노력한다.
Q. 유튜브 콘텐츠 ‘HIPHOPPLAYA’의 ‘내일의 숙취’ 방송을 보면 오왼의 인간적인 모습에 감회하는 팬들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왼: ‘책 겉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라는 옛말이 있지 않나. 그건 다 그런 것 같다. 책 제목이 만약에 ‘불’이라고 쓰여 있으면 ‘이거 되게 화끈한 책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열어보니 ‘물과 같은 흐름’이라고 쓰여 있을 수 있지 않나(웃음). 이런 것처럼 겉표지만 봤다고 해서 나를 판단할 수 없는 것 같다. 나를 판단하려면 아마 시간이 좀 오래 걸리실 거다.
Q. 원래 랩네임이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이었지 않았나. 양면성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들었다. ‘오바도즈’를 버린 건 이제 한길로만 걷는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되는 건가
오왼: 맞다. 지금도 나름대로 오바도즈의 의견과 생각들을 입 밖으로 안 할 뿐이지 머릿 속에서 말풍선으로 항상 뜬다. 그 친구의 얘기를 안 듣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는다면 필터링 없이 막말이 나올 수도 있고 말하는 것 자체가 두서없이 정리 안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사를 쓸 때는 잘 되는 편이다. 최대한 불필요한 이슈들을 부딪치기 않고 ‘오왼’으로만 지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물론 이걸 없앤 건 아니다. 나는 양면성을 항상 얘기했던 사람이다. 선한 목소리와 악한 목소리를 둘 다 거부해본 적이 없다. 나중에 오바도즈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오왼이 된 지금 좋은 피드백들이 많긴 하지만 사람들이 나쁜 것을 더욱더 좋아하는 것 같다. 딱 그 중간이 좋긴 한데 그게 잘 안된다.
Q. 나플라는 빨간색 머리를 줄곧 해왔던 이유가 ‘주인공’ 같아서라고. 학창 시절부터 이런 주인공 역할을 도맡았는지 궁금하다.
나플라: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모두 멋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학창 시절에는 오히려 조용하고 소심한 사람이었다. 짝사랑도 많이 하고 다 차이고. ‘아웃사이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파티도 잘 안 가고 집에만 있고 농구를 한다든지, 게임을 한다든지 그렇게 지냈다.
Q. 오왼도 농구를 잘하지 않나. 멤버들끼리 농구는 잘 안 하나
나플라: 내가 오왼 형한테는 절대 안 된다(웃음).
오왼: 예전에는 많이 했다. 같이 농구 하러 나가면 플라가 손들고 부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조금만 쉬자면서(웃음).
Q. 팀으로서의 롤모델
오왼: 롤모델을 말하기보다는 어디에 있어도 메킷레인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디에 있어도 안 이상하지만, 어디에 있어도 우리 음악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피: 일단 돈을 많이 벌 거다. 이전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한 다음에 돈을 벌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놔두지 않는다. 지금은 돈을 벌어서 모든 구성원이 행복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들의 스토리가 쓰여나가는 것에 걸맞게 품격과 실력, 돈을 멈추지 않고 올리고 싶다. 미국의 유명한 아티스트를 보면 음악이 성장하고, 주목받고, 돈을 벌고 그 돈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계속 올라가며 발전하는 느낌. 우리도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Q. 슬럼프는 없었나
나플라: 지금이 슬럼프다. 집에 갇혀 있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 보니 답답하다. 그래서 무언가 작업할 맛도 안 나고 뭘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일상이 반복이다 보니 음악도 계속 반복적인 느낌이 난다.
오왼: 나에 대한 이슈들이 있었을 때. 조금만 빨리 알았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사진들, 지켜야 하는 이미지들. 이런 것들이 내가 다 정반대되는 행동만 해서 이슈가 되고 그걸로 사람들이 공격할 때. ‘음악을 왜 했지?’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셀 수 없는 이슈들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설명해 드리기는 어렵겠지만 정말 잘못된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질타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많아서 회의감이 컸다. 사람들에게 욕먹지 않으려면, 대중들에게 밉보이지 않으려면 지켜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거다. 그런 것들을 파악하다 보니 ‘이럴 거면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지?’라는 생각이 든 적 있다. 다른 사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내 자유를 느끼고 싶어서 힙합을 한 것이었는데 그게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슬럼프가 크게 왔었다. 음악은 너무나 잘 되는데 그 외부적 스트레스 때문에 하기 싫어지는 모습.
루피: 슬럼프는 항상 온다. 내면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오는 슬럼프는 이번 주부터 더 오는 것 같다. 앨범이 끝난 이 시점이기 때문에(웃음). 왜냐하면 더 이상 토해낼 것이 지금은 없다. 음악을 들어도 감흥이 별로 없고. 마치 프렌치프라이를 먹었는데 감자전을 눈앞에 둔 것과 같다. 지금이 프렌치프라이를 먹은 단계. 정말 나를 흥분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루피가 된 이후부터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슬럼프는 항상 있는 것 같다.
Q. 개인적으로 어떤 음악을 해보고 싶나
나플라: 나는 밴드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라이브 사운드에 대해 큰 관심이 있다.
오왼: 내 공감대를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나만 좋으면 사실 굳이 낼 이유가 없지 않나. 꾸준히 불편한 음악을 하고 싶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낯선 가사라고 생각했는데 일상에서 갑작스러운 공감으로 느껴지는 그런 음악.
루피: 내 이름보다 유명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알려주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 ‘나만 알고 싶은 노래’에 반대되는 그런 느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소원하는 한 가지가 있다. 각자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단 한 가지의 감정이라도 공유할 수 있다면 그 노래가 정말 뜻깊은 의미로 남을 것 같다. 이것 하나만 만들면 그 때는 죽어도 되는 거다.
Q. 활동 계획
나플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끝나면 공연 준비를 할까 생각 중이다. 이번 연도에는 그리고 몇 곡을 더 보여드릴 예정이다. 메킷레인 컴필레이션도 꼭 발매했으면 좋겠고.
오왼: 나는 자기계발을 할 예정이다. 운동도 하고 조금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 싶다. 4번째 앨범을 준비 중이고 더 좋은 음악,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루피: 최근 유럽에 꽂혀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과는 완전히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새로운 두근거림을 줄 수 있는 게 유럽이라고 생각했다. 앨범이 발매됐으니 다양한 콘텐츠로 알려드리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아까 말한 것처럼 공연을 언제 할지 모르니 운동선수처럼 미리 준비하는 과정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 사태가 끝나면 무대 위에서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극명히 갈릴 것이다. 물론 나는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웃음).
Q. 팬들에게 한마디
루피: 정말 감사하다. 앨범 많이 들어주시고 무엇보다도 건강해 주셨으면 좋겠다.
오왼: 더 열심히 마음대로, 멋대로 사셨으면 좋겠다. 눈치 안 봤으면 좋겠다. 어딜 가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물론 나도 눈치를 조금 보지만 앞으로 더 안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 팬이라면 눈치 안 봤으면 좋겠다. 그게 정말 멋있다. 날 당황하게 해도 되니까.
나플라: 일단 이번 정규 앨범을 좋게 들어주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 공연으로 여러분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오왼: 그러면 나도 부족한 것 같아서 더 표현해보겠다.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나는 먼지 같은 존재다. 여러분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 밥 먹고 살 수 있는 거다(웃음). 정말 감사하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김연중
의상: YEO, THEMUSEUMVISITOR, COS, 오프화이트 by 육스, 논메인스트리머, 메종키츠네 바이 비이커, 준지, 아더에러, 타미 진스, 뉴발란스
스니커즈: 뉴발란스, 라코스테 풋웨어
안경: 프론트(Front)
모자: 빈스모크, THEMUSEUMVISITOR
헤어: 정샘물 이스트 주다흰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 하민 디자이너
장소: 더티로즈클럽, 아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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