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각국의 국경이 강화되면서 K팝 시장은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빠졌다. 주 수입원 중 하나였던 월드투어 길이 그대로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기술적 비약이 돋보이는 온라인 콘서트를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가용하는 엔터 범위만 봐도 월드투어 손실분을 막아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욱하게 내려앉은 코로나19의 먹구름이 언제쯤 걷힐지 엔터업계의 속이 타들어가는 가운데 한 가지, '한한령 해제' 기운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높인다.
최근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중국 유명 음료 브랜드 모델로 발탁됐다. 한국 연예인이 중국 브랜드 모델이 된 건 한류금지령(한한령)이 내려진 2016년 이후 무려 4년 여 만이다. 해당 중국 브랜드는 지드래곤을 대대적으로 내세워 SNS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온라인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대형 스크린 광고로도 지드래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그룹 블랙핑크의 리사 역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유니2'에서 댄스 멘토로 활약 중이다. 웨이보 계정은 단기간에 팔로워 400만 명을 넘었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약 31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미 중국 내에서 '핫'한 아이콘으로 주목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뒤부터 중국 내 한국 연예인 활동을 제한해왔다.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국내 가수 및 배우들을 중국 방송, 광고에서 보기 어렵게 됐다. K팝 아티스트들은 중국에서의 콘서트 개최에도 제한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수년 간 이어져오던 한한령이 해빙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의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큰손'이라 불리는 중국은 K팝 분야에서도 핵심 소비층에 해당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한한령은 한층 완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사람들 간 접촉을 자제해야 하는 전염성의 특성 상 온라인 소비가 가능한 콘텐츠 분야에서 먼저 한국에 문을 열었다. 중국판 유튜브 '유쿠(YOUKU)'는 한한령으로 닫았던 한국 드라마 카테고리를 최근 다시 열었다. 또한 중국 정부 산하기관인 중화자선총회는 오는 15일 서울, 중국 선전, 일본 도쿄 등 아시아 주요 5개국에서 각국 주요 가수들과 함께하는 합동 온라인 콘서트를 연다.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월드투어를 포기해야만 했던 엔터계에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한 줄기 빛처럼 내리쬔 상황. 이미 중국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 아이돌 그룹은 물론, 현지화 전략을 토대로 결성돼 인기를 얻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의 중국 그룹 웨이션 브이, JYP엔터테인먼트의 보이스토리 등의 활약에도 기대가 모아지는 부분이다.
단, 코로나19는 여전히 강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각 엔터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그럼에도 하반기 월드투어 재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확실성이 상당한 국제적 전염병 이슈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목이 묶였다고 하소연한다.
당장 연내 상장을 추진하려던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872억 원, 영업이익 987억 원을 기록한 빅히트를 두고 기업가치를 4~6조 원까지 보는 시각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일정이 전면 재조정되는 등 실적과 관련한 부분에서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IPO(기업공개)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멤버들의 군입대 시기도 다가오고 있어 이 또한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빅히트로서는 또 하나의 숙제가 생긴 셈이다.
올 상반기 내내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혔던 엔터 업계에 감도는 한한령 해제 무드는 분명 희망적인 요소다. 그러나 이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라는 특수한 상황이 동반된 결과이기에 장기적으로 현상이 유지되거나 개선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하반기 코로나19의 종식 여부는 변함 없이 업계 판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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