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터리 관련 업체 주가가 폭등하자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미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배터리주와 비교해 주가 상승 여력도 크고,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 현대차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비교해 상대적 저평가
현대차는 8일 2.05% 오른 9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최고가(14만3500원) 대비 66% 수준에 불과하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제시하며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신차 출시 효과가 좋고 제품 구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3분기부터는 생산·판매 정상화에 따라 영업이익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 현대·기아자동차에 기회가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는 이런 시장의 판도 변화에 불을 댕겼다. 포드는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떨어졌고, 미국계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대표 자동차 기업 PSA 합병안도 현금 고갈로 삐걱대고 있다. 다임러와 폭스바겐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9%, 81% 감소했다.
전기차 강자 될 수 있을까
‘수소차’에 가려져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투자금액 중 80%를 전기차에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량도 세계 6위다. 내수 판매 중심인 중국 업체들을 제외하면 테슬라, 르노·닛산에 이어 세 번째다. 폭스바겐이 7위, BMW는 10위다. 내연기관차 점유율 순위와는 딴판이다.
상위 업체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배터리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을 잡았고, 닛산은 일본 전기업체 NEC와 배터리 자회사 AESC를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내재화했다. 지금은 AESC를 중국 인비전그룹에 매각한 상태다. 현대차도 배터리 강자인 LG화학과 협력해 전기차를 개발했다. 반면 유럽에는 배터리 회사가 없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상위권을 다투던 독일 자동차업계로선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카니발라이제이션(시장 잠식) 우려 등으로 배터리업계와의 협업도 늦었다.
이런 배경에 비춰볼 때 정보기술(IT)과 화학산업이 발전한 한국의 사업 환경이 현대차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에 세계 최고의 배터리 회사가 세 곳이나 있고,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회사들과 협업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도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도 “전기차 시대가 오면 현대차의 위상이 도요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선점 경쟁 치열
관건은 누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의 ‘패권’을 가져가느냐다. 배터리 구입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 회사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현재 폭스바겐 GM 도요타 현대차가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포드에 자사 플랫폼인 MEB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으로 전기차 시장을 통일하려는 시도다. 고 센터장은 “현대차가 준비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포함해 각 완성차 업체의 플랫폼 성공 여부에 따라 완성차업계 순위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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