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업체들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번 수급계획에서도 원전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원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우려했다. 부산에 있는 원전 관련 중소기업 A사 임원은 “사업 전환을 할 시간을 주고 수급계획을 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 회사는 기존에 수주한 일감이 다 끝나게 되는 연말께 폐업을 검토 중이다. 원자력 발전부품을 제조하는 B사 관계자는 “원전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여서 관련 업체 중 중소기업이 많다”며 “어떻게 하루아침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방향을 틀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줄어든 원전 비중만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을 키우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내 업체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은 낮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태양광 셀·모듈의 원자재인 잉곳·웨이퍼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92%로 국내 업체들이 이미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양광산업의 ‘쌀’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국내 최대 업체였던 OCI는 지난 2월 사업을 철수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도 국내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3위 한국폴리실리콘은 2018년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유일한 잉곳·웨이퍼 제조 업체였던 웅진에너지는 작년 5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8차 계획의 탈원전 기조를 전혀 바꾸지 않았다”며 “탈원전 기조에 따른 산업생태계 파괴와 전기료 인상 우려 등 여러 문제가 지목됐는데도 정부가 방향을 틀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맞추려다 보니 무리하게 석탄을 줄이고, LNG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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