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정부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입지 선정과 관련해 재심사를 요청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8일 정부가 방사광가속기 부지를 충북 청주로 결정하자 입장문을 내고 “입지 선정의 전 과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며 “평가 결과 공개와 재심사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청주시 오창은 표고 차가 큰 산악지역으로 부지 정리에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고 지반 침하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평가 항목 및 기준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점에서 국가균형발전 분야 비중이 미미했고, 부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현장실사는 하자 유무만을 확인했다”며 “현장평가 결과를 점수에 반영하지 않는 등 이해하지 못할 평가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대전 이남에서는 대규모 연구시설과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나 다름없다”며 “방사광가속기 부지 선정 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나주에 방사광가속기를 추가 구축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실패한 전라남도는 한전공대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상황이 됐다. 전라남도는 방사광가속기 설치 용지를 한전공대 부지 인근에 마련하고,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면 산·학·연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었다.
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 기획에 참여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관계자는 “방사광가속기를 전남 나주에 유치하면 GIST 전용 빔라인을 구축할 계획이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호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력 반발했다. 신정훈(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나주·화순 지역 당선자는 “한 지역에 유리한 배점 기준을 미리 정해 놓고, 방사광가속기 입지를 선정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방사광가속기 선정 과정을 검증해보고, 가속기 사업에 대한 정부 로드맵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지역 한 의원은 “지역 내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나주가 될 것처럼 공수표를 날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무안=임동률/이동훈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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