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하면 한편으로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되돌리는 과제와, 다른 한편으로는 사후 평가와 함께 이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진다. 코로나 사태 이전 세계 경제는 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현안별로는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중 마찰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4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각국의 국격과 국가원수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를 잘 대처한 한국은 ‘방역 선진국’이란 평가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 반대로 최대 피해국인 미국은 ‘방역 후진국’이란 수모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이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더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대선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점이다. ‘국가 영속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상대방 후보에겐 이보다 더 좋은 공격 카드가 없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 점을 파고들고 있다. 애초 버니 샌더스 후보가 주장했던 법인세 인상까지 수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연일 외치고 있다.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가’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와 이익을 우선하는 전형적인 ‘정치꾼’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제2의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절실한 상황이다.
협상의 달인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제2의 옥토버 서프라이즈 대상국으로 중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선의 최후 버팀목이 될 것으로 여겨지던 경기와 증시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코로나19의 진원지일 뿐 아니라 취임 이후 주력해온 무역협상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 과정에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보복 대상국으로 중국을 택했다면 달러 약세 유도, 보복관세 부과, 첨단기술 견제 등 지난 3년 동안 가용할 핵심 수단을 다 쓴 여건에서 ‘어떤 카드를 가져갈 것인가’가 그다음 고민거리다. 시기적으로 대선도 불과 6개월이 안 남았다. 중국의 심장부, 즉 정곡을 찌를 카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국이 당면한 최대 현안은 신용경색이다. 지난 2년 동안 무려 17차례에 걸친 긴급 유동성 지원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지방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몰리고 있다. 지방 인민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어 ‘이러다간 제3의 톈안먼 사태로 번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가장 당혹스러운 사람은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제3의 톈안먼 사태가 일어난다면 자신의 축출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76년 1차 톈안먼 사태 이후 덩샤오핑 실각, 1989년 2차 톈안먼 사태 이후 자오쯔양에서 장쩌민으로 권력 이양이 발생했다. 부패 척결 과정에서 밀려난 권력층을 중심으로 시진핑 퇴출 작업이 시작됐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갈 수 있는 대중국 보복 수단은 명확하다. 코로나 책임론을 빌미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상환을 거부하는 이른바 ‘미국판 모라토리엄’ 방안이다. 이 구상이 알려지자마자 중국은 신용경색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서둘러 매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판 모라토리엄 방안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가 여부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양대 핵심 대책은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한 달러 공급과 제로 금리를 바탕으로 한 뉴딜 정책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으로 맞설 경우 달러 유동성이 경색되고 국채 금리가 올라가 미국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판 모라토리엄 방안을 밀어붙일 경우 ‘중국이 과연 국가 부도라는 최대 봉변을 당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달러 안팎인 데 비해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가 넘는다. 어떤 경우든 간에 중국이 부도가 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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