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롯데인재개발원 직원들은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를 찾아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외 경제와 사회 변화를 물었다. 이 교수는 롯데 직원들에게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를 잘 보라”고 조언했다. “유통 분야는 언택트 소비 등 소비자의 행동에 따른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과거에 내렸던 결정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지주는 이처럼 경제, 사회, 심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내용을 엮어 《코로나19 전과 후(BC and AC)》란 책(사진)을 냈다. 이 책을 계열사 대표와 기획 담당 임원들에게 배포했다. 판매용이 아니라 사내 임직원용 비매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통업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용자들의 소비 행태가 바뀌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바뀔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팽배하다. 국내 유통 1위 롯데가 지침서를 낸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3월 소집한 그룹 비상경영회의에서 “코로나19 이후 펼쳐질 전 사회적 변화에 대비하라”며 “사업 전략을 효과적으로 바꿔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책은 “생존에 성공하고 위기에 잘 대응한 기업에는 엄청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식 문화가 축소됨에 따라 자영업 식당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을 그 신호로 꼽았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선 “거대한 변화보다 작고, 사소하고, 빠른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음식배달 앱 우버이츠의 배달음식 ‘집앞에 놓고 가기’ 버튼 등을 예로 들었다. 책은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로 마무리했다.
인터뷰에는 이 교수를 비롯해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 최원식 맥킨지코리아 대표 등이 응했다.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장은 “이번 사태를 두려워하지만 말고 국내 정치·경제·문화의 구조 자체를 한 단계 높일 기회로 보라는 전문가 조언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