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인기가 코로나19로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에도 야구는 이미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첨병 역할을 해왔다. 삼성 라이온즈의 ‘영원한 헐크’이자 전 SK 와이번스 감독인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62·사진)을 통해서다.
2014년 11월 12일, 이 이사장은 야구 재능기부를 위해 라오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SK 와이번스와의 감독직 계약이 만료된 직후였다. 이 이사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부터 리그가 끝나면 구단에서 일괄적으로 폐기하는 선수들의 유니폼·모자·가방·헬멧 등을 모아서 라오스로 보내곤 했다”며 “현지 아이들이 고맙다며 보내준 기념사진을 보니 영락없이 와이번스 3군이었다”고 첫 기부 당시를 회고했다.
재능기부를 위해 도착한 라오스는 당시만 해도 야구 불모지였다. 아마추어 야구팀 하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야구라는 단어조차 라오스 언어로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은 자비를 들여 가난한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쳤다. 라오스 정부를 설득해 야구협회를 설립했고, 본인이 가르친 선수들을 데리고 라오스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도했다. 그 영향으로 라오스에선 야구를 베이스볼 또는 한국말로 ‘야구’라고 부른다.
지난해엔 라오스 최초의 야구장을 지었다. 땅을 얻기 위해 라오스 정부를 끝끝내 설득해내고, 건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은행을 수차례 오간 결실이었다. 이 이사장은 “나는 하나의 작은 주춧돌을 놓을 뿐”이라며 “어린 라오스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뚜렷한 목표의식과 희망을 갖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재능기부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 정부는 이 이사장에게 감사의 의미로 총리상, 대통령상 등을 수여했다. 그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라오스를 국빈 방문했을 때도 초청돼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해냈다. 이 이사장은 “라오스에 야구장을 3개 더 짓는 동시에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태국 등 인도차이나 반도 전역에 야구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한국에서 노숙자 및 알코올 중독자 등을 위한 야구리그 ‘5149리그’ 초대 총재에 부임했다. 5149는 ‘51%의 건강한 공동체가 49%의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도우면 거기에서 이루 말 할 수 없는 시너지가 나온다’는 의미다. 이 이사장은 “야구 인생 40년 동안 팬들이 전해준 사랑을 헐크처럼 지치지 않는 봉사정신으로 되갚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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