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구상하는 '검찰-공정위 상설 채널'은 두 기관이 공정거래 사건처리 과정에서 자료 공유 등 협업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앞서 2018년 공정위는 검찰과 비교적 입증이 쉬운 경성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를 폐지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전속고발권 폐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법안 심사도 받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검찰과 공정위는 1980년 제정된 전속고발권을 두고 40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갈등을 이어왔다. 이런 불협화음은 공정위의 늑장 고발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상설 채널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기업 수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한 발 더 나아간 검찰-공정위 간 '패스트트랙' 모델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중요 증권범죄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검찰에 고발하는 등 패스트트랙을 시행하고 있는데, 공정위 사건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금융위의 패스트트랙 모델 도입을 참고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로펌업계는 만약 검찰과 공정위 간 상설 채널이 구축된다면 카르텔(담합) 사건이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담합 사건은 대기업을 비롯해 다수의 중견·중소기업들이 촉각을 세우는 문제다. 한 공정거래 분야 전문 변호사는 “담합, 부당 내부거래, 기업결합 등 여러 공정거래 사건 중에서도 검찰은 담합 사건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을 둘러싼 불필요한 형사 사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공정거래 이슈는 기본적으로 행정 사건인데, 검찰이 개입하는 순간 형사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 전관 변호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대형 로펌이 더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담합 사건은 ‘리니언시’(자발적인 신고자에게 처분을 감면해주는 것)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단시간 내 상당한 인력이 투입되는 경향이 있다.
검찰과 공정위가 오랜 갈등의 골을 넘어 손을 잡는다는 구상이 당장 실행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 법무를 연구하는 로스쿨 교수는 “전속고발권은 공정위 고유의 영역으로 공정위 측에서 이를 검찰과 쉽게 나눠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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