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을 활용한 부동산거래를 조사한다.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법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봐서다. 앞으로 법인이 주택을 거래할 땐 자금조달계획서와 함께 별도 서식으로 실거래를 신고해야 한다.
◆수도권 법인거래 집중조사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은 11일 법인 주택거래에 대한 집중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인의 부동산 거래가 투기나 탈세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12·16 대책’ 이후에도 국지적으로 집값이 과열되고 있는 경기 남부 지역 등 비(非)규제지역을 중점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 지역에서 본인이 임원으로 있는 법인에 주택을 매도했거나 같은 사람이 여러 법인을 설립해 각 법인을 통해 거래한 경우 조사 대상이다. 미성년자의 거래나 외지인이 다른 지역의 주택을 빈번하게 거래한 경우도 해당된다. 조사 대상으로 추출된 거래건에 대해선 국세청이나 금융위, 금감원 등 관계 기관이 공유하고 기관별 규정에 따라 불법 행위에 대한 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법인 부동산 거래는 그동안 양도세와 종부세를 모두 아낄 수 있는 투자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 개인으로 합산될 주택수를 법인으로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3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개인명의 집을 판다면 최고 62%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2채를 법인으로 분산했다면 법인명의 주택을 팔 땐 양도세 중과세가 아닌 법인세만 치르고, 개인명의 1주택을 정리할 땐 비과세가 가능하다. 인별과세인 종부세의 경우 법인명의에 따른 공제한도 6억원을 추가로 얻는 데다 가파른 누진세율 구조를 피하는 효과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일부 지역에선 법인의 주택 거래 비중이 치솟았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평균 1.7%이던 법인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올해 3월 11.3%로 급등했다. 군포는 같은 기간 2.4%에서 8.5%로, 평택은 1.9%에서 10.9%로 올랐다.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
실거래조사 외에도 법인의 거래정보에 대한 수집이 강화된다. 국토부는 법인용 실거래 신고서식을 따로 만들어 앞으로 개인의 실거래와 이원화한다는 방침이다. 단일 신고서식으론 법인의 기본정보나 상대방과의 특수관계 여부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인용 실거래 신고서식엔 자본금과 업종, 임원정보 외에도 주택 구입목적과 거래당사자 간 특수관계 여부 등이 포함된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현재 개인의 경우 규제지역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나 비규제지역에서 6억원 이상의 집을 매수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법인의 경우 이 대상에서 제외돼 이상거래를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법인이 매수자인 경우 거래 지역이나 가격과 관계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거래신고법령’ 개정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세무당국에선 법인의 부동산 매매와 관련해 세제를 손볼 것으로 관측된다. 세무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이나 종부세액 공제액 하향, 임대등록 혜택 배제 등을 점친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법인 거래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라며 “앞으로도 실거래조사와 거래정보 수집 강화를 포함한 제도개선 추진 등 고강도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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