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로 번지는 코로나發 신용 강등…수兆 적자낸 정유업까지 옮겨붙을까

입력 2020-05-12 06:33   수정 2020-05-1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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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12일(06:33)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진성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정기평가에 돌입하면서 정유사들의 신용도 변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수 조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신용도에 별다른 변화 없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업종에 걸쳐 기업들의 신용도가 무더기로 강등되는 가운데 정유업만 태풍을 피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잇달아 대규모 손실을 발표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1조7751억원)과 GS칼텍스(1조318억원), 에쓰오일(1조72억원)이 지난 1분기에만 각각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손실 563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국내 정유사 네 곳이 1분기에만 낸 손실만 4조3773억원에 달합니다.

줄잇는 ‘어닝쇼크’에도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달 에쓰오일(AA+)과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AA+)에 ‘부정적’ 전망을 붙인 것이 전부입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유사의 신용도에 '경고음'을 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신용등급(BBB)은 한 단계 떨어졌고, 에쓰오일과 GS칼텍스(모두 BBB)는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습니다.

비교적 만기가 긴 차입금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들은 단기간의 실적 변화만 보고 곧바로 신용도를 변경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신용평가사들은 유가 폭락보다 석유제품 수급상황을 정유사 신용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삼고 있습니다. 수요가 공급 이상으로 많은 상황이 지속돼 정제마진이 개선되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결정까지는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 상반기에 정유사 신용도가 줄줄이 조정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다만 다른 업종에선 무더기 신용도 조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신용평가사들이 유독 정유사들의 신용도 조정에 주저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 들어 분기 실적 발표 직후 기업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등급 전망을 변경하는 등 한층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진 이마트 LG디스플레이 OCI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롯데쇼핑 호텔롯데 호텔신라 CJ CGV 대한항공 등은 하향검토 대상에 올랐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 문화 면세 호텔 항공업종에서 기업 신용위험이 크게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신용평가사들이 과거 잘못된 판단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에 쉽게 정유사 신용도를 조정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신평사들은 2014년 말 국제 유가 급락으로 정유사들이 대거 적자를 내자 이듬해 초 이들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습니다. 하지만 그 해부터 약 3년간 정유업 호황이 이어지면서 정유사들은 빠르게 실적과 재무구조를 회복시켰습니다. 머쓱한 상황에 처하게 된 신용평가사들은 등급을 내린 지 1년 만에 정유사들의 신용도를 원상 복귀시켰습니다. (끝) /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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