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스크 이어 진단키트업체에 '생산량 2배' 노하우 전수

입력 2020-05-11 16:24   수정 2020-05-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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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해외 수출 요청으로 납기에 어려움을 겪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 업체들을 위해 삼성전자가 긴급 투입됐다. 마스크 제조업체에 스마트공장 노하우를 전수하며 ‘수급 대란’을 없앤 삼성전자가 이번엔 국내 중소 진단키트업체의 긴급한 생산성 확대를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의 긴급 과외를 받은 국내 진단키트 제조업체들의 생산량은 다음달쯤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와 함께 진단키트 업체를 방문해 제조 공정상 애로를 청취하고 생산성 개선을 지원했다고 11일 밝혔다. 중기부는 삼성전자와 올해 각각 100억원 가량을 투입해 대·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기부와 삼성전자는 앞서 마스크 제조업체에 신규설비 구축지원과 생산 노하우를 전수해 생산량을 50%이상 증가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진단키트업체에 단기적으로는 생산량 증대를 코치해주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공장 스마트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감염병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연매출 61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쏠젠트는 이번달부터 기존 생산량의 5배, 8월부터는 20배에 달하는 물량을 수출할 예정이었지만 자재 공급이 막혀 수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진단키트용 플라스틱 튜브용기를 납품해오던 독일 업체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자국내 수요 때문에 갑자기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쏠젠트가 수입해 쓰던 플라스틱 튜브용기를 도면도 없는 상태에서 겉 모습만 보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역으로 추적해 설계 디자인기법 등을 얻어내는 일)’을 통해 비슷한 제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업엔 삼성전자 해외 공장에서 사출, 금형관련 업무에만 20년이상 종사해오던 배테랑급 전문가들이 투입됐다. 삼성전자가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면서 쏠젠트는 정상적인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세계 소비자들을 상대로 최신형 휴대폰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사출과 금형과 관련해선 세계 최고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동안 독일에서 이 제품을 수입해 쓰던 쏠젠트는 앞으로 국내에서 이 제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상당한 물류비와 보관비 등을 절감하고 납기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면역 진단 키트를 생산하는 연매출 737억원 규모의 ㈜SD바이오센서의 경우 하루 30만개의 키트를 생산하고 있지만 전세계 주문량이 갑자기 몰려 생산량을 단기간내 8배(240만개)까지 끌어 올려야하는 비상 상황에 처했다. 이 회사는 키트에 쓰이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기존 40개씩 찍어내던 금형을 80개씩 찍어내도록 바꾸는 작업을 했지만 45일이나 걸린다는 문제 때문에 중기부와 삼성전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최신 금형기술을 동원해 7일만에 새로운 금형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금형제작 기간을 현재보다 6배 가량 단축시킨 것이다.

이밖에 유전자 분석키트업체인 ㈜코젠바이오텍과 감염병 진단키트인 ㈜씨젠 역시 삼성전자의 도움을 요청해 생산성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진단키트업체들이 대부분 다품종 소량생산업체였기 때문에 제품 라벨을 근로자가 일일이 손으로 붙이거나 진단시약도 손으로 직접 담는 기업들이 대다수였다”며 “삼성전자는 수주, 생산, 재고관리 등이 실시간 관리되도록 도왔고, '간이 자동화'를 지원하면서 생산성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들 진단키트업체들의 생산성이 다음달부터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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