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금융 위상 높아졌는데, 왜 외국 금융사는 안올까

입력 2020-05-11 17:11   수정 2020-05-12 01:56

“금융당국의 법·규정 해석이 자꾸 바뀐다.” “주 52시간 근무제 탓에 해외지점과 업무 협조가 힘들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오찬 간담회. 이날 참석한 17명의 CEO는 “한국 금융시장의 투자 매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신흥국의 여건이 더 낫다”는 얘기도 나왔다. 국내 금융회사의 ‘개인기’에 힘입어 K금융 위상이 올라갔다곤 하지만, 이들을 지원해야 할 금융당국의 역량은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여의도와 부산 문현동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했다. 그러나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는 최근 3년 새 168개에서 165개로 오히려 줄었다.

정부가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이자율 인하, 수수료 감면, 기금 출연 등의 요구가 일상화됐다. 카드업계는 주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와 대출 이자를 계속 내린 탓에 미래사업을 발굴할 투자 여력조차 줄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외국계 금융회사 CEO들이 하소연한 ‘규제의 불확실성’을 국내 업체들은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파생금융상품시장이다. 한국의 파생상품시장은 2011년만 해도 세계 1위 규모였다. 그러나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가 과열되고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문제가 되자 고강도 규제로 선회했다. 코스피200 옵션승수 상향 조정, 기본예탁금 확대 등이 잇따라 도입된 이후 국내 시장 규모는 2018년 세계 9위로 뒷걸음질했다.

금융당국은 늘 표면적으론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상품 개발, 판매, 영업, 사후관리 등 모든 업무에서 ‘그림자 규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상품을 하나 만들 때마다 당국이 개입하는데 어떻게 창의적 시도가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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